비트코인은 정말 거품일까 [더 머니이스트-김균태의 투자이야기]

2021. 2. 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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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진정한 디지털 전환은 '개방성·결합성' 갖춰야"
"지금은 다양한 암호화폐 공부하기 좋은 시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면책조항: 해시드는 투자 포트폴리오 관련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엄밀한 내부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시장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시드는 이 글에 언급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법률, 세무, 투자, 금융 등 어느 측면에서도 책임 있는 조언이 될 수 없습니다. 해시드는 이 글을 통해 어떤 종류의 금융 상품이나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힙니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비트코인이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암호화폐 전체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2017년의 거품이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 비트코인은 아무런 내재가치가 없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비트코인은 정말 거품일까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는 분명한 내재가치가 존재합니다. 예컨대 해외에 가족이 있거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은행을 통한 해외송금을 해본 사람이라면 높은 수수료에 기다려야하는 불편함을 겪어봤을 겁니다. 만약 해외 송금을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서도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단 몇 분 안에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자산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자산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과 같습니다. 중국은 국가가 나서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설계와 발행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또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에서 CBDC에 대한 심도있는 보고서를 내는 등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가 발행돼 마치 인터넷 프로토콜을 다루듯 여러 단체나 집단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주면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의 인터넷은 ‘정보의 인터넷’을 넘어 ‘가치(Value)의 인터넷’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CBDC를 채널로 활용해 주식, 채권과 같은 증권 뿐 아니라 상품, 원자재나 파생상품까지 다양한 전통자산들 또한 쉽게 디지털 세상에서 다룰 수 있게 될 겁니다.

누군가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데 자산의 디지털 전환은 완성된게 아니냐?’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전환은 ‘개방성’과 ‘결합성’에 있습니다. 우리가 수많은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 프로토콜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이 프로토콜을 지키기만 하면 인터넷 망을 사용하여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데에 있습니다.

오픈소스(open source)라고 불리는 개발자들이 만들어둔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다른 개발자들이 가져다 쓸 수 있게 만들어둔 것도 개방성과 결합성이 핵심입니다.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개방해두고 다른 누군가가 이를 가져다 자신의 프로그램 소스코드와 결합해서 오늘날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게 됐습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비전도 이와 같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네트워크와 프로토콜은 그 누구도 소유하지 못하게 탈중앙화하고, 프로토콜 위에서 가치가 존재하는 화폐나 자산을 프로그램이 다룰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이 바로 이더리움의 출발점입니다. 

비트코인이 가치를 저장하는 디지털 금으로 비유된다면 이더리움의 활용성은 석유와 비슷합니다. 석유 산업을 살펴보면 시추된 석유를 통해 다양한 연료가 생산될 뿐 아니라 아스팔트, 황, 파라핀, 나프탈렌 등의 다양한 파생 부산물들이 존재합니다.

이더리움도 마찬가집니다. 이더리움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프로그램이 구현될때 연료로 사용될 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개방성과 결합성을 통해 수많은 다양한 응용 어플리케이션들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강점은 오픈소스 형태로 누구나 개발에 참여하는게 가능하고, 그 누구의 허락없이 자신만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배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암호화폐를 사용한 담보대출, 파생상품, 보험, 거버넌스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들을 디파이(DeFi)라고 부른다. 디파이 어플리케이션들에 예치된 자산의 총액은 약 260억 달러에 육박합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40배나 성장한 수치입니다.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한 ‘NBA 농구 선수 카드’와 같은 유일무이한 디지털 자산(NFT)의 하루 거래량도 500만 달러에 이릅니다.

이메일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터넷 산업이 온라인게임,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이커머스, 온라인 포털 등 다양한 서비스로 발전한 역사를 되돌아 볼때,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서비스의 성장도 국가 보다는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민간에서 주도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리고 그 길목에 이더리움처럼 개방성과 결합성이 보장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현재 전세계 금 시장의 크기가 약 11조 달러, 파생상품 시장의 크기가 약 13조 달러, 주식시장의 크기가 약 90조 달러임을 감안하면, 단순 자산군의 시장 크기로만 보아도 1조 달러에 불과한 암호화폐가 가진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 대비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더리움이나 이더리움 위에서 만들어질 서비스들의 가치는 더욱 큰 성장이 기대됩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규제론자였던 제이 클레이튼 전 미국 증권거래소 위원장까지 모든 기업의 주식이 블록체인 토큰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를 보면 자산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CBDC가 발행되고 전통 자산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 발전된 기술과 개념이 다양하게 차용될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을때 현재의 암호화폐 무용지물론이나 내재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이미 해묵은 논쟁이 될 것입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아직 사업모델이 명확하지 않고, 잠재가능성만 농후했던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극에 달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현재 주요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변동성은 당연해 보입니다. 닷컴버블 시절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는 고점 대비 -95%씩 하락하는 경우가 빈번했으니까요.

미래가 불투명하고 도래기간이 멀수록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은 먼 미래에 대한 예측과 신념이며, 이는 끊임없는 학습 철학으로부터 만들어집니다. 만약 우리가 맞이할 미래가 개방성과 결합성에 기반한 가치의 인터넷과 함께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양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보면 좋은 시기가 아닐까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균태 해시드 공동창업자 겸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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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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