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혁신은 '코끝'에서 시작된다
엠블럼 바꿔다는 車업계
기아·폭스바겐·BMW·닛산 등
전기차 시대맞춰 간결한 디자인
“낡은이미지 벗고 고객요구충족”
포르쉐·페라리는 정통성 지키기
초창기 디자인으로 고급카 강조
자동차 업계에서 로고, 특히 자동차 보닛 위에 장착되는 엠블럼은 해당 자동차 회사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상징하고 있어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 브랜드가 수십 가지 이상이지만, 엠블럼을 보면 바로 그 회사를 알 수 있다.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나 회사 역사 등의 의미를 담아서 형상화한 것이 자동차 엠블럼이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들어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엠블럼 제작이 유행처럼 번졌다. 무수히 많이 생산되는 차량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구체화하고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으로 엠블럼 제작을 결정한 것이다. 엠블럼만 바꿔 달아도 자동차 디자인이 영향을 받을 정도로 엠블럼이 자동차 업계에서 갖는 위상은 대단하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몇몇 회사들은 이런 의미를 갖고 있는 엠블럼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동화 시대로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통성을 강조하며 초창기 엠블럼의 변화를 가져가지 않는 회사들도 있다.
◇전동화 시대에 단순한 엠블럼을 추구하는 회사들 =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엠블럼 교체에 나서고 있다. 엠블럼 디자인은 다르지만 전동화 시대를 맞아 낡은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 위함이다.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변화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전동화 시대 엠블럼 교체의 특징은 기존 입체적 디자인에서 간결함을 강조하는 평면적인 디자인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최근 기아는 기존 사명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뺐다. 엠블럼도 1994년부터 써왔던 타원형 테두리 안에 ‘KIA’라고 쓰여있던 디자인에서, 테두리를 없애고 KIA를 하나의 선으로 붙여 쓴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이는 리듬을 나타내는 것으로, 소비자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겠다는 자세와 소비자에게 영감이 되는 순간을 계속해서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기아는 설명했다. 그러데이션이 들어가 입체적으로 보이던 것에서 2차원(D)의 평면으로 바뀐 것도 특징이다.
폭스바겐도 지난해 4월 엠블럼을 교체했다.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된 엠블럼이 도입된 것이다. 폭스바겐은 “본질에 집중하는 브랜드 가치를 반영해 선명하고 간결하게 표현하고자 했다”며 “특히, 다양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엠블럼 교체와 함께 ‘뉴 폭스바겐’을 향한 새 출발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BMW도 지난해 새로운 디자인의 엠블럼을 공개했다. 지난 1997년 현행 디자인을 선보인 지 23년 만이다. 원형 속 푸른색과 흰색의 사분할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기존 검은 테두리를 없애고 투명하게 바꿨다.
BMW 관계자는 “엠블럼은 최신의 시각적 스타일을 제공하며 디지털 시대에 더욱 부합되는 모습을 지니게 됐다”며 “고객을 모든 활동의 중심에 두는 개선된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더 수수하게 2D 형식으로 디자인돼 개방성과 명료성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엠블럼 교체를 통해 BMW가 자동차만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에서 기술 및 연결성을 지향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보여주고,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게 됐다는 것이다.
닛산도 지난해 19년 만에 엠블럼을 변경했다. 기존 입체적인 모습의 로고 실루엣을 본뜬 모습이 특징으로 최근 침체에 빠진 닛산이 새로운 도약을 희망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2D로 바뀌었다.
◇정통을 유지하며 초창기 엠블럼을 유지하는 회사들 = 많은 자동차 회사가 로고와 엠블럼을 시대에 따라 교체하고 있지만, 초창기 로고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포르쉐는 1931년 창립된 이후 20여 년 동안 엠블럼 없이 자동차를 출시했다. 엠블럼 없이도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50년 미국에 수출을 시작하면서 수입업자인 맥스 호프만이 엠블럼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창업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그 자리에서 바로 냅킨에 포르쉐의 엠블럼을 그려줬는데, 이것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페라리도 사각 프레임 안의 말의 모습이 그려진 엠블럼을 1947년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경주용 차량과 도로용 양산차 등 페라리에서 생산하는 모든 차량의 기본 엠블럼으로 사용하고 있다.
벤틀리와 람보르기니의 엠블럼도 초창기 모습에서 크게 바뀌지 않고 최근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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