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은 어릴 적부터..세살 식단이 평생 장 건강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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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어릴 적 행동 습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속담이다.
진화생리학자 테오도르 갤런드 교수는 "생쥐를 연구했지만 우리가 관찰한 효과는 서구식 고지방, 고당분 식단을 섭취한 어린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며 "어린 시절의 장내 미생물은 사춘기가 끝나고 6년이 지나서까지도 영향을 끼쳤다"며 "요체는 당신이 지금 먹는 것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 먹은 것도 지금의 당신이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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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식 고지방·고당분 위주 식단 섭취했더니
훗날 건강식단으로 바꿔도 다양성 회복 안돼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어릴 적 행동 습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속담이다. 식습관에도 이 속담의 비유가 들어맞을까?
최근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장내 미생물 분야에서 어린 시절 식습관의 장기간 영향을 규명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USR) 연구진은 최근 `실험생물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동기의 좋지 않은 식단은 성인이 돼서 건강한 식단으로 전환한 후에도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 몸 속에는 40조개에 가까운 미생물이 살고 있다. 그 대부분은 장내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들은 장내에 들어오는 음식물을 분해해 먹으면서 비타민 합성을 돕고 면역 체계를 자극한다. 그런데 장내 미생물 가운데는 인체에 유익한 것도 있지만 유해한 것들도 있다. 따라서 두 종류의 미생물이 잘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 군집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식단이다. 좋지 않은 식단은 유해균을 증식시킨다. 미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UT Southwestern) 연구진은 설탕을 많이 먹은 생쥐한테서 염증을 유발하는 장내 미생물이 늘어나 대장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지난해 발표했다.
운동보다는 식단의 장기적 효과가 더 커
이번에 연구진은 성장기에 형성되는 장내 미생물 군집 분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막 젖을 뗀 어린 생쥐를 골라 네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다.
우선 두 그룹엔 서구식, 고지방, 고당분 식단을 제공하고 다른 두그룹엔 표준 건강식단을 제공했다. 또 각각의 식단을 제공받은 두 그룹 중 한 그룹엔 쳇바퀴를 집어 넣어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줬다.
3주가 지나 사춘기가 끝나는 생후 6주 시점에서 연구진은 이번엔 생쥐 모두에게 표준 건강 식단을 제공했다. 운동 도구(쳇바퀴)는 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생후 14주가 되는 시점에 생쥐들의 배설물 검체를 모아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생쥐들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컨대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하는 미생물(Muribaculum intestinale 등)의 수가 훨씬 적었다. 식단을 바꿨지만 8주가 지났어도 장내 미생물 수와 다양성은 회복되지 않았다. 생쥐의 8주는 사람의 6년에 해당한다.
또 하나의 발견은 운동 효과에 관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운동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에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발견했다. 운동을 하면서 표준 식단을 섭취한 생쥐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훨씬 다양한 분포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그룹에선 탄수화물 대사를 돕는 박테리아가 늘어났다. 반면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생쥐들의 장내 미생물은 운동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성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기존의 다른 연구를 보면 운동만으로도 유익균이 증가할 수 있으나 운동보다는 식단이 더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사람의 성장기간을 모방해 실험기간을 설정했기 때문에 사람한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진화생리학자 테오도르 갤런드 교수는 "생쥐를 연구했지만 우리가 관찰한 효과는 서구식 고지방, 고당분 식단을 섭취한 어린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며 "어린 시절의 장내 미생물은 사춘기가 끝나고 6년이 지나서까지도 영향을 끼쳤다"며 “요체는 당신이 지금 먹는 것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 먹은 것도 지금의 당신이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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