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오가는 北 원전 문건..누구 말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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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을 사이에 두고 여야 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원전을 개발한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2월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고는 그곳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법적·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산업부 공무원이 무슨 문건을 만들었든 간에 어차피 현 상황에선 실현될 수 없다"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북한 원전 건설의 실체를) 잘 모른 채 너무 세게 말해 버렸다. 정부·여당 역시 북한 원전 건설의 장점을 부각해 논란을 잠재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일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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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차원 문건 삭제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
(시사저널=이석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작성한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을 사이에 두고 여야 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를 앞두고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일부 공무원의 일탈이 검찰 수사에 이어 정치권의 극한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적 행위"라고 몰아붙였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풍 공작"이라고 맞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시대적 유물 같은 정치"라고까지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산업부는 북한 원전 문건을 공개했다.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에 대비한 아이디어 차원의 검토 자료였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실제로 원본 문건 첫머리에는 '산업부 내부 검토자료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야는 각각 국정조사와 법적 조치 카드를 꺼내들고 대치 장기화 채비에 돌입했다.
시사저널이 만난 전·현직 공무원이나 정치인, 원전 관련 전문가들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이적 행위' 발언은 오버"라고 입을 모은다. 원전 건설 지원 자체는 정치권 공방으로 번질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형 원전을 개발한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2월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고는 그곳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법적·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산업부 공무원이 무슨 문건을 만들었든 간에 어차피 현 상황에선 실현될 수 없다"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북한 원전 건설의 실체를) 잘 모른 채 너무 세게 말해 버렸다. 정부·여당 역시 북한 원전 건설의 장점을 부각해 논란을 잠재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일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백지화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부활, 왜?
일례로 산업부가 작성한 문건의 북한 원전 추진 방안은 모두 3개다. 이 중 3번째 시나리오는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후 북한으로의 송전이다. 하지만 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미 백지화된 사안이다. 청와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안을 산업부에서 독자적으로 검토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얘기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부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한국 공무원의 특성상 산업부 공무원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대북 원전 지원 방안을 논의할 리 없다"면서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현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2월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지시했다는 증거가 아직 드러난 게 아니니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추측의 영역"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청와대의 지시가 떨어져야 정부 부처 공무원이 하기 싫은 일까지 억지로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도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이 문서를 산업부 공무원들이 왜 삭제했는냐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현재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부 역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3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이유이기도 하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36년 공무원 생활을 되돌아봐도 정부 문서 첫머리에 그런 문구가 적힌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일단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고 검토한 자료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건 삭제는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한 비밀이 탄로 나는 것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정하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와 관련된 의문을 푸는 것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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