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당대표, 말하고 싶은 것 다 말 못해..홍 부총리와 2번 통화"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
홍남기 부총리 공개적 반발 이유
짐작은 가지만 말하기엔 부적절
사회연대기금 기업 참여 늘리려
출연한만큼 세액공제 상향 검토
당대표가 총리보다 훨씬 힘들어
한일 해저터널? 일본선 관심없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표 임기 종료를 한 달 앞두고 최근 ‘신복지체계’ 구상을 내놓는 등 대권 도전을 겨냥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5일 국회에서 진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로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노동계와 재계 양쪽으로부터 모두 공격받았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과정을 꼽았다. 또한 4차 재난지원금에 선별과 보편 지급 방식을 모두 협의하자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익공유제’의 자발적 참여를 높이기 위해선 사회연대기금에 출연금이 클수록 법인세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이를 지속가능성 지수인 이에스지(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와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주장해왔는데, 전 국민 지급도 함께 논의하자고 했다. 입장을 바꾼 것인가?
“입장 변화 아니다. 전 국민 대상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지급 시기를 살피겠다고 했다. 큰 틀에서 변화는 아니다.”
―추가경정(추경) 예산에 선별지급용, 전 국민 지급용을 모두 편성하고 지급 시기만 다르게 한다는 뜻인가?
“그것도 논의해봐야 한다. 세 덩어리다. 첫째, 가장 긴급한 재난지원을 어떻게 할 건가. 둘째, (영업)손실보상제가 (법적으로) 수립되면 그에 따른 보상 내지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 셋째, 코로나가 진정된 뒤 내수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추경에 전부 담을 수도 있고, 일부만 담을 수도 있다. 열어놓고 협의하자는 것이다.
―선별지원을 먼저 하고, 전 국민 지급은 나중에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시에 이뤄진다면 바람직하지만 코로나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세 덩어리를 한 번에 올려놓고 논의해서 국민께 한꺼번에 보고드린다면 예측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
―비상한 재원조달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재원조달 방안은 국채발행과 세출 구조조정 두 가지다. 두 가지를 어떻게 배합할지는 협의해야 한다.”
―재난지원금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가 왜 공개 반발했다고 보나?
“속까지 들여다보진 못했는데, 대통령도 국민 위로 차원에서 전 국민 지원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머릿속에 짐작이 없진 않지만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홍 부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아는데 최근 이야기를 나눴나?
“통화를 두 번 했다. 제 이야기를 말씀드렸고 홍 부총리도 저에게 말씀하셨다. 사적 통화 내용을 소개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코로나19 불평등 해소 목적으로 제안한 사회연대기금 관련해 기금 출연 의사를 밝혔거나, 염두에 둔 업종이 있나?
“업종을 지목해 강제할 생각은 없다. 금융권과 이야기하고 있진 않지만 자체적으로 논의가 있는 걸로 안다.”
―참여를 끌어내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할 텐데?
“두 가지를 우선 생각한다. 하나는 세액공제 확대다. 또 하나는 이에스지 투자다. 법인세 세액공제의 경우 공제율을 20%로 올리고, 기여가 많아지면 (계단식으로) 인센티브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남지사 시절 해저터널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이 한-일 해저터널을 공약한 걸 두고 민주당에서 ‘친일’, ‘이적행위’라고 비판한 것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일본은 한-일 해저터널에 관심이 없다. 한쪽은 관심도 없는데 왜 우리만 이런 문제를 꺼내기를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친일 논란을 제기한 것은) 아마 선거 앞에 두고 그런 반응을 보인 것 같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단일화하면 민주당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처음부터 조심스러운 선거였다. 단일화는 선거판 변화니까 저희가 버거워질 것 같다. 매력적 비전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겠다.”
―국무총리와 당 대표 중 뭐가 더 힘든가?
“대표가 훨씬 힘들다. 정치란 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있고 고려사항이 매우 많다.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기자들은 말하기 어려운 것만 골라 물어본다. ”
―다음 달이면 대표직이 끝난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게 힘들다. 양쪽 모두로부터 얻어맞으니까. 그나마 여야가 합의 처리해서 새 제도가 출범한 건 보람으로 느낀다. 처음엔 아쉬워한 분들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다행이라며 고맙다고도 하신다. 이제 채워가야 한다. 우리가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발 빠르게 내놨고 여야가 합의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낙연 대표의 항변…“언론은 너무 서둘러 결론을 요구한다”
기자 출신에다가 대변인 생활로 언론의 생리에 누구보다도 밝은 이 대표지만, 그에게 ‘대선 주자로서 또는 여당 대표로서’ 대안과 입장을 내놓으라’는 언론의 요구엔 부담이 큰 듯했다. 40여분간의 인터뷰 곳곳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막대한 추경 재원 조달 방법으로 국채발행과 세출 구조조정 등 구체적 방법을 묻자 “협의를 해 봐야 한다”면서 “멀리뛰기 경기로 비유하자면 도움닫기 시작하기 전인데 골인 지점에 서 계신다”고 답했다. 총리와 당 대표 중 뭐가 더 힘드냐고 물었더니 “당 대표다. 정치란 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고 고려 사항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기자들이 그걸 허용해주지 않고, 말하기 어려운 것만 골라서 물어본다. 대답을 안 하면 (말 안 한다고) 프레임 씌운다”고 했다.
‘정치인 이낙연’의 리더십 강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선 “무슨 강점이 있겠나. 많이 배워가고 있고 부족함이 많다. 그러나 일상적인 많은 일에 대해 끝까지 듣는다”고 답한 뒤 다시 한번 언론의 조급함을 지적했다.
“언론은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저의 결론을 요구하곤, 결론을 안 내면 답답하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에서 결론부터 말하라고 하면 그건 민주적이지 않다.”
김원철 이지혜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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