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CR-V 하이브리드를 서킷에 올린 이유
2021. 2. 8. 08:00
-EV, 이콘 등 운전 모드별 성격차이 명확해
-효율높인 시스템 출력, 안정적인 움직임 갖춰
지난 3일,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에 맞춰 새 출발을 앞둔 차를 만나러 전라남도 목포로 향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30분,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 영암에 위치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 도착했다. 철저한 방역을 마치고 개별 페독에 들어서자 늠름한 차 한대가 서 있었다. 바로 혼다 CR-V 하이브리드다. 서킷에 서 있는 차를 보니 친환경 패밀리카를 영암 서킷에 올린 회사의 의도가 궁금했다. 몇 번의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영암 서킷은 크게 F1 풀코스와 절반 구간인 2코스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CR-V 하이브리드와는 2코스에서 총 3번의 주행을 했다. 페독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차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시동을 켜자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에는 '레디'라는 문구에 불이 들어왔다. 이를 제외하면 엔진 소리나 진동, 떨림은 느끼기 힘들다. 페독에서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첫 주행은 EV모드로만 달렸다.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순수 전기의 힘 만으로 달릴 수 있는 기능이다.
커다란 SUV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갔다. 계기판에는 배터리 잔량이 넉넉히 채워져 있었고 엔진 개입 시 적절한 힘의 변화를 나타내는 파워 게이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도는 점점 올라 여유로운 주행을 보여줬고 고요한 실내와 어우러져 특별한 감각을 전달한다.
시속 40㎞이상이 되거나 히터를 강하게 올리면 EV모드는 자동으로 꺼진다. 때문에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나 신호가 많은 도심 및 출퇴근 길에서 유용할 듯하다. 전기차와 동일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지비 측면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두번째 바퀴에서는 기본적인 차의 성격 테스트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는 일반 하이브리드 모드를 바탕으로 속도에 따른 엔진 개입과 가속 및 감속 반응을 확인했다. EV모드를 끄고 스로틀 양을 늘리자 곧바로 엔진이 개입한다.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내연기관이 반응하는 시점과 가속감이다. 더디거나 굼뜨지 않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올린다. 이 과정에서 들릴법한 엔진 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다. 시원스럽게 속도를 올리고 일상 영역인 80㎞ 부근에서 만족이 가장 높았다.
속도가 높아지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깜짝 실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코너링이다. 배터리가 바닥에 묵직하게 깔려있어 전체적으로 무게 중심을 낮추는 효과를 줬다. CR-V 가솔린 터보와 비교해도 차이를 쉽게 알아차린다. 안정적인 거동이 뒷받침 돼 차분하면서 깔끔하게 코너를 통과할 수 있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시야만 높을 뿐 휘청거리면서 껑충한 SUV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지막 바퀴는 스포츠 모드를 적극 사용했다. 힘 있게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차가 가진 한계도 확인해봤다. 급격히 속도를 올리면 무단변속기 특유의 소리가 들린다. 반면 강한 펀치력으로 차를 몰아붙이거나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몰입감은 덜하다.
차의 성격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 모드에 비해 살짝 경쾌하게 질주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핸들링도 마찬가지다. 절도 있게 움직이기 보다는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직하게 읽고 반응한다. 물론 차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큰 단점이 되지 않는다.
서킷 위 만남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채 끝났다. 빠르게 트랙을 질주하고 차의 성능을 극단적으로 끌어내는 일반 시승행사와는 확실히 달랐다.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달렸지만 아쉬움보다는 진한 여운이 더 강했다. 운전 모드별 차의 성격이 크게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진보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만의 알찬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상생활 속에서 제 능력을 한껏 발휘하며 실용적인 패밀리 SUV를 찾는다면 CR-V 하이브리드가 좋은 답이 될 수 있다.
영암=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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