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모든 현장은 장애인 입장에서" 차별 철폐 나선 춘천시
'10cm 차별' 문턱 낮추는 사업부터 본격 추진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10cm짜리 문턱을 낮추는 것이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큰 변화의 시작입니다."
휠체어를 타는 서동락(44)씨는 도심 번화가인 강원 춘천시 명동거리에 나설 때면 적어도 예전에 느꼈던 불안감은 이제는 느끼지 않는다.
최근 명동거리에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되기 전까지 그는 문턱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걱정부터 해야 했다.
춘천시가 장애인들이 겪는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명동거리를 비롯해 지역 모든 현장에 장애인 입장이 들어간 정책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이제 자신이 향하는 목적지에 계단이 있는지를 사전에 알아보지 않아도 돼 그동안 겪었던 차별이나 불편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춘천시가 전국 처음으로 도입한 장애 인지적 정책은 각종 사업이나 행사, 공사 시행 등을 하기 전 장애인과 차별 요인을 사전에 협의하도록 해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반영을 의무화하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조례를 제정해 명시화했다.
조례안에 따라 춘천시가 주관하는 시민 참여 행사와 교육, 공청회, 박람회 등 모든 공사 현장에 관련 정책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행사의 경우 이동 편의는 물론 장애인 화장실 제공, 참여 프로그램 구성, 장애체험 부스 운영 등의 설치 여부를 사전에 장애인복지 부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건설 공사 등 모든 분야는 물론 시청 홈페이지와 시정 안내문 등 정보와 소통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시는 매년 평가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춘천시는 지난해 자문 역할을 하는 장애복지위원회를 만든 데 이어 2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계획 단계부터 장애인 불편 요인과 개선방안을 찾아내고 검토한다.
올해는 시청 각 부서에서 추진하는 34개 사업이 인지적 정책 적용 대상 사업이 됐다.
가장 피부에 직접 와닿는 보도블록이나 각 상점의 문턱을 낮추는 사업부터 이뤄져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250곳의 경사로를 낮게 조정했다.
명동거리에 있는 27곳의 상점과 풍물시장 2곳에는 이동식 경사로를 민관 협력사업으로 추진했다.
이와 연계해 장벽 없는 관광지 조성을 위해 60곳에 경사로와 도움벨 등을 만든다.
장애인 자립체험주택 운영사업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는 복합문화체육시설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건립도 구체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장애인 체육을 위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휠체어 농구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또 시정 소식지인 '봄내'에 장애 인지 코너가 새롭게 만들어졌고, 생활 수어도 게재했다.
각종 통계 자료를 조사할 때 장애 분야 문항 추가와 시각장애인용 조사표도 제작한다.
아울러 장애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으로 20가구에 주거환경 개선 사업도 이뤄진다.
이밖에 전통시장 점자표시판, 맞춤형 버스 승강장, 농촌 장애인 주택 주거용 경사로 지원, 숲해설 수어 통역사, 하천길 경사로 설치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장애인 시설과 기관 단체는 이번 정책으로 실질적인 장애인 권익증진과 인식개선으로 확산하기를 바라고 있다.
사업이 초기 단계이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선결 과제도 적지 않다.
각 부서에서 나오는 장애인 관련 정책이 대부분 기존 사업에 접목한 수준이거나 단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수준에 그치는 현실 때문이다.
박영림 장애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인지적 정책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장애인 입장에서 고려하는 이해도를 높여 사업 방향성을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앞으로 편의시설 설치뿐 아니라 모든 행사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현주 춘천시 복지국장은 "장애인이 편리하면 모두가 편리하다는 상식을 토대로 정책, 예산 수립과 시행 과정에 장애인의 불평등 없는 참여 보장에 시작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인식개선과 사회적 불편이 없는 장애인이 가장 살만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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