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사진에 음란 자막까지..여전히 떠도는 '연예인 합성물'

방준원 2021. 2.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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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종류는 날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연예인 얼굴과 다른 사람의 벗은 모습을 합성하는 합성물, 이른바 '딥페이크' 범죄도 그중 하나인데요.

지난해 합성물 등에 대한 처벌법(딥페이크 처벌법)까지 시행됐지만, 여전히 사이버 공간에서는 합성물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합성물에 음란한 자막을 더한 사진들까지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도 들어왔는데요. 그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특정 키워드 입력하면, 합성 사진 쏟아져 나온다"

제보를 받고 특정 키워드를 검색엔진에 검색해봤습니다. 성인 인증을 하고 나니 합성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부분 유명 인기 아이돌 얼굴에 다른 사람의 벗은 모습을 합성한 사진들이었습니다.

제보처럼 대부분 사진에 '자막'도 함께 달려 있었습니다. 연예인 이름과 함께 적시된 자막 내용은 음담패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해당 연예인이 직접 음담패설을 말하는 것처럼 표현한 겁니다.

'스무 장에 5천 원'. 이런 사진을 만들어 주고 판매까지 한다는 광고 글도 보였습니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둔 SNS 계정을 통해 사진을 게시하고 유포했습니다.

연예 기획사 상당수는 이런 사진의 존재 조차 몰랐습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경우는 알지 못했고, 법적 대응이 필요한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딥페이크 처벌법 시행..기소율은 10% 미만?

딥페이크 논란에 지난해 6월부터 관련 처벌법이 시행됐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가 신설된 건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① 반포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ㆍ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ㆍ영상물 또는 음성물(이하 이 조에서 “영상물등”이라 한다)을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ㆍ합성 또는 가공(이하 이 조에서 “편집등”이라 한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편집물ㆍ합성물ㆍ가공물(이하 이 항에서 “편집물등”이라 한다)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등을 한 자 또는 제1항의 편집등을 할 당시에는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편집물등 또는 복제물을 영상물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존에 있는 성폭력처벌법으로는 합성 영상물 범죄에 응당한 처벌이 어렵다는 목소리에 생겨난 법안입니다. 하지만 KBS가 대검찰청에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해당법으로 수사를 받고도 재판에 넘겨진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법안 시행 뒤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해당 법령을 위반한 혐의로 수사받은 피의자 45명 중, 2명은 구속기소 됐고, 3명은 약식기소 됐습니다. 나머지 피의자는 기소중지·다른 기관 이송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관련 혐의로 수사받은 사람 중 기소된 사람이 10% 정도밖에 안 되는 겁니다.

대검찰청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난 범죄에다, 피의자 인적 사항이 불상인 경우가 많아 부득이하게 기소중지나 다른 기관 이송 처분이 많았다"라며 "불법 촬영물 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성폭력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이런 범죄들이)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보니, 판단 주체도 어떻게 법률을 적용해야 될지 경험이 쌓여있지 않은 상태"라며 "디지털과 관련된 성범죄는 정말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정 단어를 검색하자 나온 합성 사진들.


■"피해자도 모르게 범죄는 진행 중"

문제는 피해자들도 모르게 이런 범죄가 진행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특정 단어를 검색해야 합성 사진 등이 나오는데, 피해자들이 그런 단어를 검색할 일이 없다는 겁니다. 또, 예전과 달리 디지털 성범죄가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피해 사례 찾기가 더욱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블로그나 카페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곳에 게시물이 올라왔다면, 최근엔 특정 단어를 검색해야만 관련 불법 영상물이 나오고, 일부 불법 영상물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제작·배포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 변호사는 "사이버상의 (성범죄) 상황들과 현재 양상을 보면, 피해자는 자기가 피해를 입었는지도 모르고 이런 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수사 기관이 적극적으로 인지 수사할 수 있는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불법적인 사이버 공간이 있는지, 혹은 이렇게 합성물들을 다루고 있는 곳이 있는지를 인지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수사 전담 인력·노하우가 필요하다"라며 "(현재는) 그게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수사 기관 지원은 물론, 수사 기관 자체의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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