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허위매물' 근절 요원..현대차 진출 자초한 중고차업계

심언기 기자 2021. 2. 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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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칠승 장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난색..'상생안'에 무게
중고차업계 거센 반발..허위매물 무더기 적발 싸늘한 여론
서울 성동구 장한평중고차매매단지에 경유차를 비롯한 차량들이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2016.6.2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중고차업계가 현대차의 시장 진출에 격렬하게 반발 중인 가운데 주무부처인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사실상 용인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중고차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난색을 표하면서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입은 초읽기에 들어가는 형국이다. 바가지상술·허위매물로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중고차업계의 '자업자득'이란 여론이 높다.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중고차 판매대수는 224만대로 신차 시장(178만여 대)을 넘어섰다. 지난해 신차 판매가 190만여 대를 기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중고차 매매건수는 이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완성차 시장을 넘어서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 중이지만 중고차 시장은 좀처럼 후진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품질 관련 불만이다.

고장 이력을 감추거나 위조하는 사례가 만연하고 심지어 침수차를 불법 판매하는 사례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중고자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유형 분석(2016년~2019년 6월)에 따르면 성능점검 기록 조작 등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79.7%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분석에서도 중고차 매매 관련 불만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2018년 1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불만 상담건수를 분석한 결과 중고차 중개·매매 관련이 2만1662건에 달했다.

불만 접수 1~4위 품목은 스마트폰(3만7554건), 정수기대여(3만4206건), 침대(3만3897건), 점퍼·재킷류(2만2389건) 등 주로 중저가 소비재에 집중됐다. 수 백만~수 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중고차 매매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높은 것은 중고차 시장의 혼탁상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중고차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중기부는)아무런 조정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권 장관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지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사실상 용인하는 대신 자율적 상생안 마련에 무게추를 둔 셈이다.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입 여론이 무르익어 가지만 중고차 업계의 자정 노력은 여전히 미미하다. 허위 매물과 거짓이력 등 고질적 문제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해 10월23일부터 12월15일까지 2달여 간 국토교통부 '자동차365' 사이트에서 빅데이터 100만건을 분석한 결과 허위매물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적발 유형을 살펴보면 Δ허위 매물 등록 22건(9곳) Δ차량 연식 표기 오류 16건(10곳) Δ판매가격 오류 18건(12곳) Δ사고 내용 불일치 1건 Δ담당지역 오기 17건(6곳) 등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허위매물 사이트 9곳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중고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대형 규모 업체들은 그나마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단속하지만 개인사업자들은 사실상 품질인증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희박한 경우가 많다"며 "현대차가 시장에 들어오는 파장이 상당할텐데 여론이 저러니 적합업종 지정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9년 11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부적합'을 의결한 바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여부를 심의한 업종 중 동반위가 부적합을 의결한 것은 중고차 매매업이 유일하다. 동반위 부적합 의견서를 받은 중기부는 중고차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1년 넘게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를 미루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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