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법관 그들만의 '물징계' [탐사기획-법관징계 리포트]

이창수 2021. 2.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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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법관의 파면 절차를 다른 공무원보다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헌법이 법관들의 신분과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그만큼 높은 도덕성이 뒷받침될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며 "다른 공무원과 비교해 법관들에게 오히려 낮은 수위의 징계만 이뤄져 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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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이후 법관 징계 43건 분석
단죄없이 사표수리 30년간 32명
억대 뇌물 수수, 음주 뺑소니에도
정직 이하 징계.. 사법 불신 부채질
헌법은 법관의 파면 절차를 다른 공무원보다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필요하다.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신분보장이 법치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판사는 3권분립 원칙과 신분보장 제도하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다.

법관의 신분보장은 유무죄나 이해충돌 사안의 최종 심판자인 사법부가 정치권력과 금력, 여론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그만큼 법관들은 어떤 공직자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와 동료 법관들에게 들이대야 한다.

하지만 세계일보가 7일 공무원 징계 및 윤리 전문가와 함께 1995년 이후 25년간 법관 징계 사례 43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26건(60.4%)이 다른 공무원과 비교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 사유로는 ‘위신 실추’가 38건(88.3%)이었고, ‘직무상 의무 위반’이 5건이었다. ‘위신 실추’ 사례로는 ‘떡값’ 등 뇌물수수 및 향응·접대가 10건(23.2%)으로 가장 많았고, ‘사법행정권 남용’ 9건(20.9%), 음주운전 6건(13.9%), 성비위 4건(9.3%) 순이었다. 음주운전 중 2건은 뺑소니 혐의까지 포함됐다. 징계 이후엔 대체로 법복을 벗었다. 수감자와 현직을 제외한 28명 중 14명이 징계 후 1년, 5명이 2년 이내에 변호사로 개업했다.

억대의 뇌물수수 행위나 음주뺑소니 사고 같은 엄중한 사안에서도 연루 법관들은 정직 이하 징계를 받았다. 반면 다른 공직자들은 유사한 사례에서 파면·해임 같은 중징계에 처해졌다. 파면·해임과 정직 이하 징계는 추후 공직 임용 제한과 공무원 연금·퇴직수당 삭감 등에서 차이가 크다.

1990년 이후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 아무런 징계 없이 사표가 수리된 법관도 30명이 넘었다. 이 같은 제식구 봐주기식 법관 징계 관행은 국민의 사법 불신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관이 탄핵소추된 사태나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드러나 대법원장 탄핵론이 제기되고 있는 참담한 상황도 이 같은 사법 불신의 귀결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헌법이 법관들의 신분과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그만큼 높은 도덕성이 뒷받침될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며 “다른 공무원과 비교해 법관들에게 오히려 낮은 수위의 징계만 이뤄져 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꼬집었다.

법조팀=이창수·송은아·김선영·이창훈·이희진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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