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 LG 폰사업 철수설.. 소비자 선택권 좁아지나

김건호 2021. 2.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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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 지각변동 예고
LG MC본부 23분기 연속 적자 기록
"사업 전면 재검토" 발표에 매각 관측
빈그룹·폴크스바겐 등 인수 후보 부상
LG전자 "철수 등 아직 정해진 것 없어"
글로벌기업에 팔면 국내 삼성만 남아
삼성·애플 양강구도 심화.. 업계 우려
“너 그렇게 수줍으면서 나랑 어떻게 사귈라 그래?”

2005년 11월 22일에 출시된 LG전자의 피처폰인 초콜릿폰은 배우 김태희를 홍보모델로 앞세웠다. 바야흐로 LG전자 휴대폰 사업 전성기를 이끈 블랙라벨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이후 LG는 ‘샤인폰’, ‘프라다폰’ 등 해마다 ‘대박’을 터뜨렸고, ‘디자인’과 ‘스타일’을 담아내는 전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무대 위에 오르면서 휴대폰 시장의 대격변기가 시작됐다. 피처폰 시대의 종말,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갤럭시 개발에 곧바로 들어가며 중앙 무대로 올라탄 삼성전자와 달리 스마트폰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 철수를 고심하고 있다.

7일 업계에서는 LG전자의 MC사업부 방향성 검토를 사실상 매각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부분매각을 비롯해 ODM(주문자생산방식) 등이 거론되지만, 만성적자인 MC사업부의 매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빈 그룹에서부터 폴크스바겐까지 인수 후보로

LG전자 MC사업부가 어떤 형식이든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종 휴대폰 제조사로서는 삼성전자만이 남게 된다.

LG전자가 MC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베트남 빈 그룹을 포함해 폴크스바겐, 구글, 페이스북, MS(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협상 후보로 점쳐진다. 특히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베트남의 빈 그룹이 인수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생소한 빈 그룹은 시가총액 165억달러로 베트남 상장사 전체 시총의 14%를 차지한다. 베트남 내에서 삼성전자와 중국 오포에 뒤를 이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인 빈 그룹은 이미 LG전자와 3년 전부터 ODM 사업을 하면서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해 왔다.

빈 그룹이 매각 협상에 나설 경우 LG는 미국 MC사업부를 분할해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는 국내에선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진 않지만 북미 모바일 시장에서는 꾸준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도 매각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린다. 경쟁업체에 비해 자율주행차 기술 등 전장사업이 취약한 폴크스바겐이 MC사업부 인수를 통해 스마트카 기술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MS나 구글도 인수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MS는 듀얼스크린폰, 구글은 픽셀폰을 내놓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부의 매각을 결정할 경우 늦어도 2월 우선협상 기업을 결정하고 3월 초 직원들에 대한 부서 내 전배 조치 및 매각회사 이동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LG전자의 관계자는 “매각이나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현재 고민 중인 상황”이라며 “MC사업본부의 축소나 통합 작업을 통해 사업성을 개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 시 토종업체는 삼성전자만… 소비자 선택권 축소

LG전자가 글로벌 기업에 매각될 경우 국내에선 토종제조업체로 삼성전자만 남게 된다.

과거 국내 휴대폰시장은 삼성전자·LG전자·팬택을 필두로 KT테크, SK텔레시스 등이 경쟁을 펼쳤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LG전자의 싸이언, 팬택의 스카이, KT테크의 에버, SK텔레시스의 W 등이 국내 휴대폰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3GS가 국내 시장에 등장하며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상황은 바뀌었다. 애플이 아이폰3GS를 내놓자 삼성전자가 7개월 후인 2010년 6월 갤럭시S를 출시하며 스마트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가 주도했다.

LG전자는 옵티머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G시리즈와 V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지속 내놓으며 애플과 삼성전자에 도전했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가 1년에 1~2개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스마트폰의 사양을 높여가면서 후발주자들은 하나둘씩 경쟁에서 뒤처졌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카메라, 운영체제(OS)까지 첨단기술이 필요한 스마트폰은 자본력과 앞선 기술력이 필요했다. 결국 SK텔레시스가 2011년 9월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해 휴대폰 제조사업을 접었다. 2012년 8월엔 KT테크도 휴대폰 제조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팬택을 인수했던 쏠리드 역시 2017년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가 구축됐다. LG전자는 양사에 비해 점유율이 미미했지만 G시리즈와 V시리즈를 내세워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줄곧 출시했다. 하지만 회사의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는 2485억원으로 3분기보다도 확대됐다. 이 같은 영업적자는 LG전자가 63조262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휴대폰 사업에서 두 손을 들게 된 결정적 요인이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게 될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소니·샤프·후지쓰·교세라 등이 내수용 스마트폰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중국도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현지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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