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 최운열 "추경 규모 따지는 건 사치스러운 논쟁"

김겨레 2021. 2.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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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경제통' 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
"코로나 경제 충격 50%도 안 드러나"
"지금 투입한 공적자금 배 이상 필요"
"경제 3법·중대재해법, 아쉬움 있지만 여야 합의 좋은 선례"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강대 명예교수·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코로나19 재정 지출 논란에 대해 “사치스러운 논쟁”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코로나19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최운열 전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경제에 준 피해는 50%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더 드러날 텐데 그 파장이 어느 정도가 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뿐 아니라 규모가 큰 기업들도 국가 지원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주며 버티고 있어 곧 대규모 실업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타격이 나타나기 전에 치유해야 한다”며 “추가경정예산이 3조니, 4조니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논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한 타격과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600조에 달하는 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외환위기 당시엔 국내총생산(GDP)의 30%인 16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지난해 기준 한국 GDP는 1919조 규모다.

최 전 의원은 “지금까지 경제 위기는 각각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에서 촉발됐지만 코로나19는 수요와 공급 둘 다 공격하는 파장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며 “지금까지 투입된 재정의 배 이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에 대해선 “아쉽지만 여야 합의의 좋은 선례”라고 평가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다음은 최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21대 국회에서 공정경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처리됐는데.

△공정경제 3법은 변질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여야 합의의 좋은 선례라고 본다. 처음에 야당은 기업 규제법이고, 여당은 기업 경쟁력 강화법이라고 완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저는 여야가 조정하자고 주장하자는 입장이었는데 김종인 위원장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니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낙연 대표에게도 이 법은 기업을 옥죄는 법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니 자신감을 가지라 말씀드렸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법에 포함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두 분에게 말했다. 과잉입법 될 수 있는 위험이 많은 법이므로 신중했으면 했다. 기업이 있어야 고용이 있지, 기업이 없으면 고용도 없다. 가능한 새로운 법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산안법 보완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어찌 됐든 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그래도 원안보다는 기업 입장을 많이 넣어 조정된 것 같다. 결국 여야 합의, 타협이 잘 된 것 같다.

-추경으로 피해 계층 선별지원과 전국민 지원금 지급 둘 다 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민주당과 기획재정부의 갈등도 있었는데 어떤 입장인가.

△국민 입장에선 충분히 재정을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저는 추경을 몇조 하네 마네 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1년 전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을 때 이것이 국가 경제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줄지 예측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경제 위기는 수요가 촉발하거나 공급이 촉발했는데 코로나19는 수요와 공급 둘 다 공격하는 파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에 추경을 포함한 모든 정책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추경은 규모를 따지지도 말고 야당의 의견대로 하고, 필요하면 또 하는 식으로 촉박하게 했어야 한다. 그때가 2월이었는데 결국 4차 추경을 했다. 지금도 상황이 똑같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충격이 50%는 나타났을까 싶다.

-나머지 50%의 충격은 아직 오지 않은 건가.

△아직 큰 기업의 실업이 현재화되지 않았다. 항공사나 여행사는 고용안정 지원금으로 월급을 주면서 버티고 있다. 이런 큰 기업도 실업이 곧 구체화될 것이다. 이 파장이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될지 모르겠다. 이런 타격이 드러나기 전에 치유해야 하지 않을까.

-IMF외환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나.

△ 당시 위기는 기업의 위기로부터 발생했다. 그 위기를 치유하는데 공적 자금이 GDP 30%인 160조원이 투입됐다. IMF위기와 비슷하다고만 하더라도 지금 GDP가 2000조 규모니까 600조가 필요하다.

저는 IMF위기보다 타격의 크기가 클 것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200조~300조원 정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IMF위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투입된 것의 배 이상이 필요하다.

-홍남기 부총리는 대규모 재정투입에 부정적이다.

△제가 경제부총리라면,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선 백가쟁명 투쟁했을 것 같다. 재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어려움은 이해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발표는 신중했어야 한다. 당 대표가 국회에서 연설한 직후에 정부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잘못됐다. 당정이 손발이 안 맞으면 국민들이 굉장히 불안하다.

-다른 나라에선 비슷한 진통이 없었나.

△아직 보진 못했다. 미국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경기부양책을 제안하자 재닛 옐런 재무장관 내정자가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동을 걸진 않았다. (재닛 당시 내정자는 “지금 나라 빚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한국은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상황이 다르지 않나.

△물론 그렇다. 하지만 IMF등이 평가할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이 있다. 그러므로 재정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 권고다.

국가부채 적정 비율이 어느 정도가 적정하냐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유럽연합(EU)에선 가입국의 부채비율을 60% 이하로 유지하고, 재정적자는 3%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일한 객관적인 지표다. 하지만 경제가 더 망가질 상황이 올 것이라면 망가지기 전에 치유하는 것이 결과적으론 재정건전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수세적으로 나오면 해법이 없다.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고, 일부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기로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 종목만 허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전면 허용은 신중해야 한다. 모든 종목에 공매도를 허용하면 개인 투자자에게 손해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메커니즘이다. 그렇다 보니 시가 총액과 유동주식 수가 적은 회사에 큰 손이 들어와 장난도 많이 친다.

공매도는 선진국에 다 있는 제도다. 왜 그렇겠나. 일부 주장처럼 ‘악(惡)’ 그 자체면 다 없어졌어야 한다. 순기능도 많다.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만 제대로 단속하면 된다.

-최근 ‘동학 개미’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공매도 금지 연장이나 지난해 대주주 요건 양도세 논란 등을 보면 정치권에서도 자본시장에 대해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인가.

△정치인들이 공매도의 기능이 무엇인지 알고,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본질을 이해하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텐데, 정치권에 계신 분들이 몇 분을 제외하면 자본시장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크면 잘 들리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위험하다.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도 그렇다. 거래세가 없는 나라는 양도세가 높고 양도세가 있는 나라는 거래세가 없다. 제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위원장을 하며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2023년까지 점진적으로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전환하려고 했다. 시세차익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세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2억원을 투자해 25% 상승해야 발생하는 이익 규모인데, 실질적으로 이 정도 투자금과 이익을 보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에 난리가 나니 대주주 요건이 10억원으로 후퇴했다. 정부도 소신이 없고 정치권도 내용을 너무 모른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하다. 해법은.

△원칙적인 입장에서 풀면 된다. 지난 40년간 모든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조절 수단으로 이용했다. 경기가 침체되면 부양하고, 과열되면 조였다. 그래서 성공한 적이 없다. 주거를 경기 조절 수단으로 쓰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권에 강제하기 어려운 문제다.

△국토교통부가 주거 정책 주무부처인데, 개발 마인드가 충만하다. 그 마인드론 주택 문제 해결이 어렵다. 국민들에게 주거는 경기 조절 수단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기 위해 주택부라든지 새 부처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 1가구 1주택은 의식주이므로 세금을 중과해선 안 된다. 가난했을 때 보리밥을 먹다가 여유가 생겨 쌀밥을 먹겠다는 데 세금을 부과할 순 없는 것이다. 지금은 세금이 너무 징벌적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돕는다는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이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분양가 상한제다. 대출을 조여놓고 분양가 상한제를 하면 돈 있는 사람에게 싼 가격에 집 사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다. 최초 구입자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나 총부채상황비율(DTI)를 적용하면 안 된다. 은행의 자기 책임 하에서 알아서 대출을 조절하게 해야 한다. 다음 정부의 최대 과제가 부동산 경착륙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될 것이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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