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모임 금지'로 친척들 질문 공세 피했다"⋯ '비대면 설날'을 반기는 사람들

심민관 기자 2021. 2.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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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업문을 뚫지 못한 서울 소재 대학 졸업예정자 김모(27)씨는 최근 정부가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지침을 유지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모(30)씨는 "올해 나이가 서른인데 아직도 취업을 못했다는 따가운 시선이 불편해 중소기업이라도 알아봤지만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어려웠다"며 "명절만 되면 왜 취업을 못했는지 묻는 친척들의 질문이 걱정돼 밤잠을 설쳤지만, 이번 설에는 좀 맘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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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취업문을 뚫지 못한 서울 소재 대학 졸업예정자 김모(27)씨는 최근 정부가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지침을 유지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못해 부모님이나 친척들을 만날 생각에 눈 앞이 캄캄했는데, 가족 모임을 피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장 아무 소속도 없는 취업준비생 신분이 될 생각에 명절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데 차라리 잘됐다"며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비대면 명절’이 계속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정다운

최근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방역지침을 이번 설 연휴에도 유지하기로 결정, 친척들간 왕래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입시와 취업, 결혼 문제 등으로 명절 모임이 불편한 사람들은 "코로나 방역지침 덕에 친척들의 명절 잔소리를 피할 명분이 생겼다"며 반기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성인남녀 1609명을 대상으로 설 계획 방문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는 ‘설날 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불참 이유로는 ‘코로나 우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86%)’이 가장 많았다.

이들이 명절 친지 모임을 기피하는 건 송곳 같은 친척들의 질문 공세 때문이다.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해 재수를 하는 학생,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을 못한 학생, 결혼을 하지 못한 미혼의 직장인들은 매년 명절 때마다 친척들로부터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곤혹을 겪는 일이 많았다.

이들을 힘들게 했던 건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이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339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설 명절 친척들로부터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 1위는 ‘앞으로 계획이 뭐니?(29.1%)’였다. 이어 ‘취업은 언제쯤 할거니?(26.6%)’와 ‘나 때는 말이다(25.8%)’, ‘결혼·출산해야지(21.9%)’, ‘너희 회사(학교) 전망은 어떠니?(17.6%)’ 등이 뒤를 이었다.

디지틀조선일보

그러나 이번 설에는 코로나 여파로 친척간 왕래가 줄면서 명절 갈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원 최모(43)씨는 "명절 때마다 결혼을 언제 할 건지 묻는 질문이 불편해, 부모님께는 친척들에게 회사 당직이라고 둘러대라고 말하고 도심 내 호텔을 예약해 명절을 보냈다"면서 "코로나 덕에 이번 설에는 맘 편히 집에 있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모(30)씨는 "올해 나이가 서른인데 아직도 취업을 못했다는 따가운 시선이 불편해 중소기업이라도 알아봤지만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어려웠다"며 "명절만 되면 왜 취업을 못했는지 묻는 친척들의 질문이 걱정돼 밤잠을 설쳤지만, 이번 설에는 좀 맘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들도 이번 설에는 "명절 스트레스가 줄어들 것 같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주부 김모(49)씨는 "이번 설은 차례도 모여서 지내지 않고, 형님 집에서 음식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온라인으로 다같이 지내기로 했다"며 "평소 같았으면 설 연휴 내내 음식을 만들고, 뒷 정리를 했어야 했을텐데 그런게 사라져서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1년에 한번 설날에 고향을 찾아 친척들을 만나 세배를 드리고 인사를 해야 하는 도덕적 책무 같은게 있었는데 코로나가 명분이 돼 그러한 부담을 없앤 건 맞다"면서 "이러한 만남 기피 현상은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라기 보다는 사회가 개별화 되면서 친척간 정서적 공동체가 많이 약화된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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