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인적분할 주주에 得일까 失일까..지배구조 개편 고심
SK "신사업 가치 인정받겠다".."태생적 한계" VS "재평가 기회" 증권가도 의견 분분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SK그룹이 SK텔레콤을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SK텔레콤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개편안을 상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상정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지난 2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이 안건이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연내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기존 회사 주주가 보유 지분율대로 분할신설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하는 방식으로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적분할 뒤 SK㈜와 중간지주사 합병' 유력…SK하이닉스도 투자에 숨통
SK텔레콤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형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적분할은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누되,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 11번가, ADT캡스, SK브로드밴드 등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후 SK㈜가 직접 지분을 보유할 필요성이 낮은 SK텔레콤 사업부문 지분을 SK텔레콤 투자회사에 현물출자하는 형태로 중간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고 SK텔레콤 사업부문은 중간지주사 자회사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이 궁극적으로는 SK㈜와 중간지주사를 합병,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는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경우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한다는 공정거래법상 규정 때문이다. SK㈜와 SK텔레콤 중간지주사가 합병하지 않을 경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은 손자회사로 남게 돼 투자에 제약을 받게 된다.
지금도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로, 그룹 내에서 가장 현금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이면서도 투자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SK그룹이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를 SK하이닉스 부회장까지 겸하게 한 것도,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최적의 지배구조개선안을 추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 회사를 인적분할하면 SK텔레콤 주주들은 사업회사와 투자회사 2개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된다. 이 경우 통신사 사업회사로서의 시장 평가와 SK텔레콤 투자회사가 보유한 자회사를 바탕으로 한 중간지주사에 대한 시장 평가가 다시 이뤄지면서 주가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물적분할(기존 회사가 신설 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방식)도 SK그룹이 여전히 고려할 수 있는 카드다. SK텔레콤 내 이동통신사업(MNO) 부문을 분할한 뒤 MNO 사업부문을 재상장하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은 MNO 사업 상장을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물적분할은 통신사업의 대주주가 변경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할 수 있어 SK그룹이 원하는 시기에 승인이 마무리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존재한다"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올해가 중간지주 전환 '데드라인'…"MNO뿐 아니라 신사업 기업가치 인정받을 것"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상장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20%에서 30%로 상향되는 만큼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올해가 '데드라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07%인데, 올해를 넘겨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신설 투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로 올려야 하고, 현재 주가 기준 9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올해 말로 일몰 종료되는 지주사 전환 시 과세이연 특례규정도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안건을 주총에서 의결하려 한다고 보는 이유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9월까지는 이사회를 열어 중간지주사 설립을 위한 분할안건을 확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LG화학의 경우 9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10월 말 임시주총을 열었고, 그해 12월 초에 분할을 완료했다. 참고로 회사 분할은 주총 특별결의 안건으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SK텔레콤의 최대주주는 SK㈜로 26.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공단 11.06%, 시티뱅크 ADR 8.42% 등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열린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당사는 이동통신사업(MNO) 사업뿐만 아니라 뉴비즈에서도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지배구조개편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아직 개편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한다면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기본 가치 하에 주주들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중간지주 태생적 한계" vs "히든 밸류 재평가 기회", 의견 분분
중간지주사 전환이 SK텔레콤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시점에서 분할 후 잔존법인 SKT와 신규 상장법인 중간지주사의 합산 시가 총액이 증가할 것이라고 낙관하긴 어렵다"며 "KT와 LG유플러스의 현재 형편없는 시가총액을 감안할 때 시총 증가가 만만찮을 것이고, 중간지주사는 태생적 한계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서 말한 중간지주사의 '태생적 한계'란 SK㈜와 중간지주사의 합병을 고려할 때 최태원 회장 등 대주주에 유리한 방향은 중간지주사의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되는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둔다. 더구나 통신사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회사의 주가도 오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분할로 인해 신설되는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은 본업인 통신 사업뿐만 아니라, 자회사로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ADT캡스, 11번가, WAVVE, 티맵모빌리티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시가총액은 SK하이닉스의 보유 지분 가치만으로 설명이 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며 "지배구조 변화가 SK텔레콤의 '히든 밸류'(Hidden Value)를 찾을 수 있는 변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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