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폭력 추방 대책, 되레 선수들 입 틀어막는다

이준희 2021. 2. 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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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가혹행위 가해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숙현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청 여자팀은 팀 해체 논란에도 휩싸였다.

전직 경주시청팀 선수 ㄴ씨는 "대한체육회장 등 윗사람은 책임지지 않으면서, 왜 사실상 동료 선수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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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사건 그후][비극 부른 스포츠계 폭력][최숙현 사건 그후]
최윤희 전 문체부 차관이
선수 면담한 이후
가혹행위 조사결과 발표 뿐
구체조처 안 나와
'꼬리 자르기' 비판 목소리도
대한체육회가
대첵이라며 내놓은
'폭력 팀 전국체전 출전정지'에
"선수·지도자 모두
쉬쉬할 수밖에"
지난달 26일 경북노동인권센터와 경주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경주시청 앞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여자팀 해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북노동인권센터 제공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가혹행위 가해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와 관계기관의 무관심 속에 남은 선수들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최숙현 선수가 속했던 경주시청 여자팀은 팀 해체 논란에도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대구지법은 경주시청 가혹행위 사건으로 기소된 김규봉 전 경주시청 감독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장윤정 전 주장은 징역 4년, 김도환 전 선수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앞서 22일 재판에선 트레이너 안주현이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법적 판단이 나오면서 “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던 최숙현의 한은 조금이나마 풀렸지만, 현장에선 애꿎은 선수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북노동인권센터와 경주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 등은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주시는 트라이애슬론 여자선수단 정상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사실상 해체된 트라이애슬론 여자선수단을 조속히 재구성하라”고 촉구했다.

경주시청팀은 남자 3명과 여자 3명, 총 6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 중 김도환과 장윤정이 폭행 가해자로 제명돼 남자 2명, 여자 2명이 남았다. 현재 남자팀은 선수 1명을 보강해 3명으로 정상 운영하고 있지만, 여자팀은 남은 2명마저 팀을 떠나는 동안 신규 채용이 없었다.

경주시청은 “팀 해체가 아니라 운영 중지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경주시청은 이미 트라이애슬론팀 해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해 7월 최숙현 선수 죽음으로 여론이 들끓자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팀 해체를 비롯한 강력한 조치 및 예방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윤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난 8월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 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사건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조사를 받았던 현역 선수 6명 중 4명이 재계약에 실패한 것도 이례적이다. 전직 트라이애슬론팀 감독 ㄱ씨는 “선수층이 얇은 트라이애슬론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를 4명이나 재계약하지 않은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기준 대한체육회 등록 트라이애슬론 실업팀 선수는 모두 188명. 등록된 56개 종목 중 트라이애슬론보다 선수층이 얇은 곳은 택견, 에어로빅힙합 등 7곳에 불과하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주먹구구식 대책만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꼬리 자르기에 몰두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 최윤희 전 차관의 피해 선수 면담 뒤 선수들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8월에는 가혹행위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한체육회의 안일한 대응 등을 지적했지만, 체육회가 “일부 사실과 다른 결과에 대해 이의 신청을 진행하겠다”고 맞서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7월29일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7월29일 이사회를 열어 스포츠폭력 추방 대책으로 “폭력 등의 문제 적발 때 해당 팀에 전국체전 5년 출전정지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적극 신고 때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매년 전국체전만 바라보는 선수들 입장에선 입을 다물라는 족쇄에 가깝다. ㄱ씨는 “팀 내 다른 선수들은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데 이런 식이면 선수, 지도자, 담당자 모두 쉬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전직 경주시청팀 선수 ㄴ씨는 “대한체육회장 등 윗사람은 책임지지 않으면서, 왜 사실상 동료 선수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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