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집에서 집으로' 한 신입들..사원증 만들때야 회사 가봤다

김재섭 2021. 2. 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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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해째 맞은 비대면 입문 교육
디지털기술 덕에 비대면 정착
'땜질'식 지난해와 달리 체계화
증강현실 아바타까지 동원해
온라인 회식·티타임·단체활동
네이버, 10일간 진행한 결과
"재미있고 유익" 만족도 높아
"디지털 친숙한 Z세대 효과
대면때보다 질문·답변 활발"
아바타를 활용해 진행하는 네이버 신입사원 교육. 네이버 제공

기업에서 신입사원 입문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를 뽑았어도 회사와 업무에 자긍심을 갖고 일하게 하는데 실패하면 능력 발휘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고경영자(재벌 기업은 오너)가 당장의 실적을 내는 것 못지않게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와 합이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 관상을 본다는 얘기도 있었다.

개인에게 직장은 일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생계와 취미활동에 필요한 돈을 벌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취직이 인륜지대사로 꼽히는 이유이다. 취직은 ‘꿈’이고, 이뤄지면 어느 때보다 가슴 설레임을 느낀다. 출근 전에 몰래 회사를 가보기도 하고, 친구와 가족들 앞에서 목에 힘을 줘보기도 한다. 내가 일할 회사와 맡을 할 일이 궁금하고, 어떻게 잘 적응해 승진 경쟁에서 앞서갈까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친다.

첫 출근부터 재택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으면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달까지 입문 교육을 받게 한다. 회사와 창업자의 비전·경영철학·가치를 공유하고 자긍심을 가진 ‘00맨’으로 거듭나게 하는 과정이다. 최고경영자(재벌 기업은 오너)와 첫 대면을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당부분 제약을 받게 됐다.

지난해 12월 초 공채를 통해 네이버에 입사한 신입사원 191명은 첫 출근을 ‘집에서 집으로’ 했다. 입사 서류 제출은 물론 시험과 면접까지도 ‘랜선’(온라인)으로 한 데 이어 출근 첫날부터 재택근무를 하는 전례없는 이력을 갖게 됐다. 대부분 월급을 2번이나 받기까지 사원증에 담을 사진 찍을 때를 빼고는 회사에 가본 적이 없다.

사원을 채용하는 쪽과 입사를 하는 쪽 모두 당황스럽고 김 빠지는 상황이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첫 경험 때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느닷없이 맞은 상황이라 준비된 시나리오가 없어 신입사원 채용 절차와 입문 교육 모두 ‘땜질’식으로 이뤄졌다. 회사 쪽은 신입사원 채용과 입문 교육 결과에 자신감을 잃었고, 당시 입사자들은 선배들로부터 최고경영자와 환영·축하 악수조차 해보지 못한 ‘불행한 기수’라는 놀림까지 받고 있다.

해가 바뀐 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설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정부가 나서서 세배는 물론 세뱃돈 주고받는 것도 온라인으로 하라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더욱 나빠졌다. 하지만 기업 신입사원 입문 교육은 디지털 기술 덕에 빠르게 비대면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성공 사례가 공개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대면으로 진행된 네이버 신입사원 교육 모습. 2020년 1월 입사한 네이버 신입사원들이 일본 자회사 라인 사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네이버 제공

각자 또 함께…‘랜선 회식’도

네이버는 지난달 11일부터 열흘 동안 100% 비대면으로 신입사원 입문 교육 ‘코드데이’를 진행한 뒤 교육 프로그램 내용과 효과 분석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이 업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강원도 춘천 연수원과 데이터센터, 광주 파트너스스퀘어, 일본 자회사 라인 사옥 등을 방문해 체험과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진행했다.

네이버 신입사원 입문 교육은 업무용 노트북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스마트폰은 개인 것을 쓰게 했다. 교육 대상자들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증강현실(AR) 아바타, 협업, 세미나, 화상상통화, 스마트주문·선물하기 등 미리 지정된 온라인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앱을 깔아 재택 상태로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은 전 과정 모두 100% 랜선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사옥·사업부문 투어는 물론이고 팀별 단체활동과 회식·티타임 등 할 건 다 했다. 사옥·사업부문 투어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를 활용했다. 회사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날개 모자’(네이버 상징)를 쓴 신입사원 아바타들이 입체적으로 구현된 가상 사옥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팀별로 인증 샷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른바 ‘랜선 회식’은 스마트주문과 간편결제 서비스로 이뤄졌다. 온라인으로 주문해 받은 음식·술·음료를 카메라 앞에 펼쳐놓고 먹는 방식으로 팀별 회식에 참여한다. 서로 잔을 권하기도, 함께 건배를 하기도 한다. 선물하기 서비스를 통해 받은 다과 쿠폰으로 커피와 과자 등을 주문해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신입사원끼리 서로를 좀 더 알아보고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단체활동으로는 팀별 스키점프 대회와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타임 등이 진행됐다. 무물 타임은 한명씩 돌아가며 다른 팀원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본 뒤 답변 내용을 영상이나 카드뉴스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전체와 공유했다.

네이버 신입사원들이 팀별로 아바타를 앞세워 온라인 스키점프 대회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비대면이라 더 좋았다”

네이버 신입 개발자 홍병철씨는 100% 비대면으로 진행된 신입사원 입문 교육에 대해 “온라인이라 친해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같은 팀원들끼리 재미있게 활동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고 후기를 남겼다. 신입 기획자 이혜지씨는 “새롭고 재밌었다. 특히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안에서 팀원들과 사진을 찍고 스키를 탔던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100% 언택트로 진행됐음에도 신입사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비대면이어서 아쉽다’가 아닌 ‘온라인이라 새롭고 재밌었다’는 평가가 압도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이 온라인 서비스와 디지털 기술 활용에 익숙하고 적극적인 90년대생 제트(Z)세대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상당기간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게 비대면 교육의 효과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신입사원들의 질문과 답변은 대면으로 진행할 때보다 더 활발했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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