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다"..쌍용차 생사 여부, 2월이 분수령

지용준 기자 2021. 2. 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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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는데 '회생계획안' 마련까지
쌍용자동차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쌍용자동차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회생의 몸부림으로 선택한 마지막 카드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의 핵심인 잠재적 투자자(HAAH오토모티브)가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한국을 떠나면서 ‘법정관리’의 위기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쌍용차의 최대 채권자인 KDB산업은행(산은)도 “P플랜 진행이 불가할 경우 통상의 회생절차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업계는 적어도 2월 말까지 P플랜이 가동돼야 쌍용차가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불확실성만 남은 P플랜


쌍용차의 기대와는 달리 P플랜 돌입에 대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P플랜은 법원이 기존 빚을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채무자의 빚을 일부 탕감해줘야 해서 ‘채권단 50% 이상 동의’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쌍용차가 지난 1월28일 350여개 부품 협력사로 구성된 ‘쌍용차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만나 P플랜으로 돌입하는 내용을 밝히면서 29일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의 어음 지급 유예와 함께 동의를 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쌍용차는 아직 P플랜 돌입의 키를 쥔 산은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새로운 투자자와 계획안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이와 관련해 최대현 산은 선임부행장은 지난 2일 ‘온라인 이슈 브리핑’에서 “P플랜 진행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사전협의가 필수인데 현재까지 쌍용차의 구체적인 P플랜은 아직 준비 중인 상황”이라며 “회생계획안이 마련되면 채권단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집행 이행과 쌍용차 사업계획의 타당성 확인 후 P플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가 산은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선 사전회생계획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알려진 계획으로는 감자를 통해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약 75%)을 줄이고 HAAH가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51%를 확보해 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잠재적 투자자와 P플랜 계획안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인수자 HAAH, 믿을 수 있을까


다만 산은은 구체적인 사전회생계획안 없이 쌍용차에 투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HAAH가 협상을 미루고 한국을 떠났으며 현재까지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HAAH의 쌍용차 인수 후 자금운용이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인 HAAH의 기업 규모는 쌍용차보다 한참 작다. HAAH의 연간 매출은 약 250억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빚을 갚으려면 적어도 5000억원 이상이 들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시 수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HAAH가 중동과 캐나다의 투자사 3곳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으로부터 약 2800억원을 투자받아 쌍용차 인수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앞으로 외부자금 유치 없이 쌍용차에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대로 HAAH의 사업방식이 쌍용차에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HAAH의 창업주는 듀크 헤일이라는 인물이다. 그의 이력은 꽤 화려하다. 그는 자동차 유통사업에서 35년 이상의 경험의 보유자로 미국 로터스(Lotus)에서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했으며 마쯔다와 재규어-랜드로버 등에서도 근무했다.

그의 진두지휘를 받는 HAAH는 OEM 방식으로 해외 자동차를 들여와 북미시장에서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방식이 수출로 확보가 절실한 쌍용차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기준 쌍용차의 자동차 판매량(10만7416대)에서 내수는 90%(8만7888대)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내수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보인 만큼 수출국을 확보하고 적정한 가격을 구성한다면 판매 활성화로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쌍용차 평택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25만대로 앞으로 수출 확대에 따른 생산 여력도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자동차시장의 특성을 바라보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의 구매력이 중국·인도와 다른 데다 쌍용차가 강점을 가진 픽업과 SUV 제품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특성을 설명했다.
쌍용차 경영 실적./그래픽=김영찬 기자



2월까지 해결할 과제


쌍용차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2월28일자로 ARS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사실상 법정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이 경우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만큼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ARS프로그램은 법원이 채권자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이미 쌍용차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4235억원으로 전년(2819억원)보다 적자 폭이 50.2%나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8.6% 감소한 2조9502억원이며 순손실은 40.2% 증가한 4785억원이다. 순손실이 크게 늘면서 2019년 말 4031억원이던 쌍용차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마이너스(-) 622억원 상태로 돌아서며 완전자본잠식에 이르렀다.

게다가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위한 부품사의 협력도 절실하다. 이미 부품사들이 쌍용차의 대금 결제 능력에 의문을 품고 납품을 중단해 평택공장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달에도 가동을 중단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의 상황은 ‘답이 없다’로 평가된다”며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사실상 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쌍용차가 재무적 투자자와 협상을 재개해 산은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 잠재적 투자자와의 협상이 지연돼 P플랜을 검토하게 됐다”며 “잠재적 투자자와의 협의가 마무리되면 사전회생계획안 등을 마련해 채권자 동의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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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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