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아킬레스건’ 신장·홍콩 다 건드렸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2. 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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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국무, 양제츠와 첫 통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처음으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통화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중국 측과의 첫 통화에서 블링컨은 신장(新疆)·티베트·홍콩·대만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지역을 모두 언급하며,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관세와 환율 등 ‘무역’ 전선에서 중국을 압박했다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전선이 인권과 민주주의란 ‘가치’로 옮겨갈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양제츠는 홍콩·신장·티베트 문제는 “내정(內政)”이며 대만 문제도 “중국 주권·영토의 완결에 관한 사항”이라고 주장하며 미측과 정면 충돌했다.

미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보도 자료는 블링컨이 “설을 축하했다”면서 우호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진 내용은 강경했다. 블링컨은 “미국은 신장·티베트·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독립 요구가 강한 중국 내 소수민족 구역인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 자치구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홍콩의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블링컨은 또 “미국은 동맹·파트너들과 함께 공통의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만 해협을 비롯한 인도·태평양의 안정을 위협하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시도에 책임을 묻는 데 긴밀히 협력할 것”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제츠는 홍콩, 신장위구르, 티베트 문제가 “중국 내정이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그는 또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문제이자 중국의 주권, 영토의 완결에 관한 사항이므로 미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라”고 했다. 이어 “중·미는 각자의 핵심 이익과 정치 제도, 발전 방향을 존중해야 한다”며 “(미국은) 그간의 잘못을 바로잡고 상호 존중 정신으로 중·미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대립적 대중 정책을 끝내고 중국의 민주주의·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양제츠는 중국을 미국의 최대 경쟁자로 지목한 블링컨을 향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어떤 사람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블링컨은 이날 통화에서 “중국이 버마(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국제사회에 동참할 것”도 압박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친중(親中) 성향인 미얀마 군부가 계속 집권하면 미얀마가 다시 중국에 밀착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민주주의를 지렛대로 중국에 압력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미 7함대는 같은 날 “(이지스 구축함인) 존매케인함이 국제법에 따라 파라셀제도 주변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확고히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파라셀제도는 중국과 베트남의 영유권 분쟁이 있지만, 중국이 미사일과 폭격기를 배치해 군사기지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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