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의 '親與 편파 방송' 9개월간 되풀이

9개월 동안 반복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내용은 빼고
정세균 총리 기사 분량은 부풀리고

라디오 뉴스 내용을 임의 삭제·변경해 방송한 KBS 아나운서의 이른바 ‘내맘대로 뉴스’<본지 2일 자 A5면> 사례가 추가 확인됐다.

KBS/뉴시스

KBS노동조합은 7일 배포한 ‘KBS1라디오 편파·왜곡방송 2차 실태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4~9월 김모 아나운서가 진행한 주말 오후 2시 KBS1 라디오 뉴스에서 진행자가 임의적·자의적으로 방송한 사례 11건이 추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1차 실태조사 기간(10~12월)까지 포함, 지난해 9개월 동안 김 아나운서 마음대로 뉴스 내용을 바꾸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KBS노조에 따르면, 김 아나운서는 조사 기간 중 ‘라임 돈줄 김봉현 측근, 수원여객 회삿돈 횡령 혐의 구속 기소’(4월 25일), ‘북 노동신문, 대북 전단 관련 대남 공세’(6월 7일) 두 건의 뉴스를 통째로 빼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KBS 노조는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로 발생한 수조원대 국민 피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북의 거센 비판 등 집권 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고의로 빼먹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아나운서는 ‘청와대의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속보’(5월 16일) ‘정의기억연대 마포 쉼터 소장 자살 사건 수사 속보’(6월 7일) 등 7건 기사에선 일부 내용을 읽지 않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市葬) 반대 국민청원 동의 50만명’(7월 11일) 뉴스의 경우 기사 원문에 있던 성추행 의혹 내용을 건너뛴 채 읽지 않는 식이다.

여당 정치인 뉴스의 경우 비중을 늘린 사례도 있었다.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문장 4개로 작성된 정세균 국무총리의 ‘일요진단 라이브’ 출연 기사(7월 19일)에 자신이 임의로 3문장을 추가해 뉴스 방송 분량을 30초에서 1분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KBS노조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 달가워하지 않는 내용은 축소·삭제하고, 여권 주요 인사 관련 기사는 확대하는 패턴이 수개월 동안 지속됐다”며 “누군가의 묵인이나 방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