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복권방 전국 70곳… 당첨금 받을 수 있을까?
기재부 “당첨 수령절차 검증안돼” 수사 의뢰
경찰 “위법성 검토중”
‘당첨금 1조660억원, 스케일이 다른 복권.’
지난 3일 경기도 수원시 한 ‘미국 복권방’. ‘한 방으로 인생 역전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홍보글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한 60대 남성이 무인 단말기를 이용해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복권을 주문하고 있었다. 화면에서 미국 복권 하나를 선택한 뒤 복권 번호를 입력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간단한 과정이다. 그는 “어차피 한 방을 노린다면 액수가 큰 미국 복권이 낫지 않겠냐”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국내 복권은 현금으로만 구입할 수 있고 수량 제한도 있지만, 미국 복권은 신용카드로 긁을 수 있고 돈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또 다른 매장에는 ‘지난달 23일 미국에서 1조1050억원 당첨자가 나왔다’는 내용의 홍보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국내 로또 1등 평균 당첨금(21억5000만원)보다 514배 많은 금액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더 잘 팔려 대표적 불황형 산업으로 꼽히는 복권업이 코로나 사태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서울과 부산, 수원 등지에 ‘미국 복권방’이 곳곳에 문을 열고 있다. 최근까지 전국 70여 곳으로 점포가 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미국 복권방들이 판매하는 복권은 ‘파워볼’과 ‘메가밀리언’ 등 두 가지로, 1등 당첨 확률은 2억~4억분의 1로 국내 로또 당첨 확률(840만분의 1)에 비해 23~47배 정도 어렵다. 그렇지만 당첨금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이를 구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내 미국 복권방 사업자는 “당첨되면 대형 로펌 변호사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당첨금을 수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매장에서 구입한 복권으로 당첨금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구입한 복권이 유효한 것인지, 국내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면 미국 현지의 대행 업체가 실제 구매하는지조차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당첨금 수령을 위한 절차를 제대로 진행할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법원은 그동안 온라인 공간 등에서 이뤄진 미국 복권 중개판매에 대해 모두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단순히 구매 대행을 할 뿐 중개하는 것은 아니다”며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해외복권 구매대행업은 복표발매중개죄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미국 복권방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키오스크를 통한 오프라인 미국 복권방은 신종 영업 형태로,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불법일 경우 가맹점주와 구매자가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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