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육아동에 2년간 개별상담사 붙여 ‘자립’ 돕는다

박상현 기자 2021. 2. 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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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버림받는 아이들] [下·끝] 英·美의 보호종료 아동 ‘사후관리’

영국에 사는 에인절(19)은 11세 때인 2013년 위탁 가정에 맡겨졌다.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지방정부가 긴급 분리한 것이다. 에인절은 “사회복지사가 몇 개월에 걸쳐 이것저것 묻더니 어느 날 밤 갑자기 와서 저를 집에서 구해줬다”고 했다.

16세가 되자 에인절에겐 개인 상담사 한 명이 붙었다. 그와 함께 2년 동안 자립 계획을 세워나갔다. 에인절은 상담사로부터 청소하는 법, 옷장 정리하는 법, 파스타 만드는 법 등 소소한 집안일을 배웠다. 에인절은 “대부분 아이들(보호아동)이 집안일조차 할 줄 몰라 뒤죽박죽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년간의 자립 교육 끝에 에인절은 18세가 되면서 독립했다. 지금은 보호 종료 아동 모임 협의회에서 일하며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독립한 뒤에도 상담사는 한 달에 한 번 연락이 와서 애초 계획대로 지내는지 체크한다.

보호 종료 후 자립에 성공해 영국 해군에 입대한 제이크(왼쪽)가 부대에서 사열을 받고 있다. 위탁 가정에서 자립한 새프런과 그의 딸 도라. 새프런은 엄마가 됐고, 미용사가 됐고, 작년엔 대학생이 됐다. /니스포트탤벗 의회새프런 가프니 제공

영국 정부는 2017년 보호 종료를 앞둔 아동들을 위한 개인 상담사 제도를 도입했다. 16세가 되면 모든 보호 아동들에게 개인 상담사를 배정해 자립 계획과 자립 후 관리를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누구와 살 것인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등에서부터 운동법과 돈 관리법, 임대료 내기 등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갖가지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가르쳐주고 상담한다. 독립한 뒤 25세까지 상담사가 정기적으로 연락해 계속 도움을 준다.

영국 도싯주(州)의 위탁 가정 출신 새프런 가프니(22)는 자립에 성공해 딸 도라(2)를 낳아 기르고 있다. 미용사의 꿈도 이뤘고, 작년 9월엔 요빌 칼리지에 입학해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모두 상담사와 함께 계획하고 이뤄낸 일이다. 그는 “보호 종료 아동에게 상담사가 배정된다는 건 언제든지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어른’이 생긴다는 뜻”이라며 “지금도 나는 (상담사에게) 언제든지 필요할 때 전화해서 물어보고, 그는 내가 잘살고 있는지 체크한다.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직접 만난다”고 했다.

14세 때 웨일스 남부 니스포트탤벗시(市)의 제인과 테리 부부에게 위탁된 제이크(22)는 군함을 타는 해군이 꿈이었다. 16세 때 상담사를 만나 군대에 가는 계획을 세웠고, 18세 독립 후 군대 준비 과정 칼리지(The Military Preparation College)에 들어갔다. 독립 후에도 위탁 가정 바로 옆 아파트에서 살면서 제인과 테리 부부의 도움을 받았다. 결국 해군 입대에 성공했다.

영국도 우리처럼 법적으로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된다. 다만 본인이 원하면 21세까지 연장해 보육원과 위탁 가정 등 있던 곳에 머물 수 있고, 25세까지는 살고 있는 지역의 지방정부가 보호한다. 자신이 살던 보육원에 계속 있거나 보육원을 떠나더라도 인근에 살면서 온전히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안정감을 갖도록 하는 ‘머무르기(Staying Put)’와 ‘곁에 두기(Staying Close)’ 정책에 따른 것이다. 영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보호가 종료된 19~21세 대상자의 26%가 원래 있던 곳이나 그 주변에서 계속 살고 있었다.

미국에서도 각 지방정부가 보호 종료 아동 1명에 관리자 1명이 전담해서 추적·관리하며 이들의 사회 적응과 정서적인 안정을 돕고 있다. 26개 주와 컬럼비아 자치구는 보육원 아이들의 보호 연령이 21세까지이다(2018년 3월 기준). 특히 미국은 보호 종료 아이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총 소득의 30% 정도만 월세로 내고 나머지는 정부가 지원하는 바우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보호 종료 이후 단계적으로 자립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자립 이행기’를 도입해야 한다”며 “보호 종료 아동 1명당 후견인이나 개별 지원자가 붙어서 일정 기간 관리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도 “어르신들이 요양원에 가기 전까지 데이케어센터에 가듯이 보호 종료 아동들도 완전한 자립이 될 때까지 중간 단계의 기관, 이른바 ‘자립케어센터’를 만들어 주거 문제와 취업, 진학 등을 스스로 해결하고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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