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이웃에 고무망치 휘둘러… 살인미수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 왜?
6개월간 옆집 소음에 시달리다 이웃에게 둔기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원두)는 살인 미수와 특수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2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강원도 한 원룸에 사는 김씨는 지난해 9월 8일 새벽 2시쯤 옆집에 사는 50대 A씨에게 고무망치를 휘둘러 전치 10주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3월부터 본격화했다. 밤마다 A씨 방에서 고성과 심한 욕설, 남녀가 싸우는 소리, 문을 쾅 닫는 소리 등이 들렸기 때문이다. A씨는 현관문을 열어놓고 고성과 싸우는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반복되는 소음에 김씨는 일주일 중 나흘 이상을 뜬눈으로 지새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A씨와 집주인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씨와 A씨가 멱살을 잡고 싸운 적도 있었다. 집주인은 김씨에게 “(A씨가) 며칠 있으면 방을 빼기로 했다”고 전할 뿐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날 밤 11시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방에 돌아와 잠든 김씨는 A씨 방에서 들려오는 고성과 욕설에 또 잠을 깼다. 집주인에겐 A씨 방 출입문이 열린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옆집 아저씨 또 난리 났어요’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김씨는 방에 있던 고무망치를 챙겨 A씨 방에 들어가 술에 취해 누워있는 A씨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내리쳤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A씨는 119에 신고했고, 범행 후 도망친 김씨는 고무망치를 인근 개천에 버린 뒤 경찰에 자수했다.
김씨는 “살인하려는 고의는 없었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잠을 자는 중 발작을 일으키는 수면 장애까지 앓았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일으킨 우발적 범행”이라며 살인 미수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가 집주인에게 A씨 월세를 대신 낼 테니 제발 내보내 달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소음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김씨가 여러 차례 망치를 휘둘러 A씨 머리에 금이 갔고, 범행 당시 김씨가 목장갑을 끼고 슬리퍼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은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9명 중 7명은 집행유예를 선택했고, 나머지 2명은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며 “김씨가 폭력 전과가 없었던 점, 피해자 부상 정도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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