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아내 "남편 그런 사람 아냐" 피해자측 "사실 왜곡, 2차 가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아내 강난희씨가 쓴 자필 편지가 온라인 공간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여직원 성추행 사건 의혹이 불거지자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에 대해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의 도덕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박 전 시장 측근은 “강 여사가 쓴 편지가 맞는다”고 했다.
◇강난희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지난 6일 A4 용지 3장 분량의 강씨 자필 편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박원순의 동지 여러분, 강난희입니다’로 시작하는 편지는 6일 작성됐다고 쓰여 있다.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이하 박기사)’ 관계자는 “강 여사가 박기사 측에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박기사'는 박 전 시장 추모를 위해 작년 말 생긴 단체다. 참여연대와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박 전 시장과 함께 일했던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강씨는 자필 편지에서 ‘박원순은 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며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박원순의 삶을 믿고 끝까지 신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이라며 ‘저와 우리 가족은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강씨는 “박기사 입장문을 보고 저희 가족은 큰 슬픔 가운데 있다”며 박기사 측에 불편한 심정도 내비쳤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인정된다'는 직권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박기사 측이 지난 1일 ‘인권위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피해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는 입장문을 냈기 때문이다. 강씨는 ‘박기사의 입장문을 본 후 저희 가족은 큰 슬픔 가운데 있다.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기사의 입장문 내용은 대부분 박 전 시장 피해자 측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지난 180여 일 동안 피해자 대리인과 일부 여성 단체들은 ‘위력에 의한 강제 추행’ ‘묵인·방조죄’ 등을 기정 사실로 하며 박 전 시장과 전·현직 비서실 직원들을 공격해 왔다” “고인과 유족 등은 심각한 인권 유린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며 피해자 측을 공격했다.
강씨 편지에 대해 고유기 박기사 사무처장은 “유가족 입장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고 저희 또한 공감한다”며 “국가기관 발표를 존중하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강씨는 편지 말미에 인권위에 제출한 탄원서를 첨부했다. 지난달 22일 작성된 이 탄원서에서 강씨는 ‘나의 남편 박원순은 평생을 온전히 인권과 공익을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이다. 여성의 인권에 주춧돌을 놓은 분’이라고 했다. 이 글을 공유한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이미 우리 깨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시장님의 고결하신 인성과 품격을” “저도 박원순의 동지가 되겠다” 등의 글을 남겼다.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 반론 거세
온라인 공간에서는 반대 여론이 거셌다. 네이버에 올라온 관련 기사에는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아내도 조두순이 가정적이고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자신 있으면 휴대전화를 공개하라” 등 댓글이 잇따랐다.
박 전 시장 피해자 측은 편지가 공개된 의도에 대해 지적했다. 피해자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7일 본지 통화에서 “지지자들에게 쓴 편지에 대해 피해자 측에서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다만 지지자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공개한 것 아닌가 싶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신중하게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공동 변호를 맡은 서혜진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 인권위 등에서 이미 인정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건 부적절하다. 이런 식으로 가해자의 조력자들이 명확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박 전 시장을 비롯한 유력한 정치인, 유명인의 위력(威力)에 의한 성범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했다. 이어 “박 전 시장의 가장 측근인 아내가 저렇게 사실관계를 부정하면 다른 지지자들의 2차 가해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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