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퍼지기전, 아스트라 백신 65세 미만에라도 접종을"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3차 대유행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발(發)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4차 대유행 사태가 벌써부터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달 중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만 할 뿐 언제, 어느 백신을 먼저 맞힐지 등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 시기가 늦어질수록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최악의 ‘복합 감염 대유행’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 세계 73국 이미 백신 접종 시작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빠른 속도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3분의 1 정도인 73국에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장 빠르다. 인구 10명 중 6명(60%)이 첫 접종을 마쳤다. 특히 60세 이상 접종률이 84%를 넘기며 고령자 감염 예방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현지 시각) “최근 16일 동안 60세 이상 확진자가 45% 줄었다”면서 “코로나 감염으로 입원한 60세 이상 환자도 26% 감소한 상태”라고 했다. 효과가 검증된 화이자 백신을 조기에, 충분히 확보해 국민에게 맞힌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 효과는 접종률 20% 정도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접종률 18%), 미국(12%) 등도 곧 신규 확진자 감소 등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첫 접종 시기조차 분명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이달 20일 이후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약 6만명분(11만7000도스) 들여올 뿐 대부분 물량은 3분기부터 국내 도입된다. 시기를 더 당길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절대적인 백신 물량 부족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 “65세 미만에라도 빨리 접종해야”
현재로선 가장 빠른 시기에, 다량의 백신을 맞힐 수 있는 선택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 백신도 “이달 넷째 주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명분을 우선 공급받아 요양병원 입원자 등 고령자에게 우선 접종한다는 계획이지만 식약처는 지난 5일 ’65세 이상 접종은 신중 검토’를 권고했다. 화이자 등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그나마 물량을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 접종 계획에 사실상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 확진자가 12명 늘어난 7일 “남아공·브라질 등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한 27국에서 오는 입국자는 발열 기준을 강화(37.5→37.3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일 뿐 “백신 조기 접종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바이러스 변이를 막으려면 가능한 한 빨리,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 속도가 빠른데, 이는 국민 면역 수준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며 “예방 접종을 보다 빠르게,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제한’과 관련해선, 일단 이 백신을 최대한 신속하게 들여와 “65세 미만 고위험군에게 접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장이 나온다. 이근화 한양대의대 교수도 “접종 속도를 높이는 다양한 접종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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