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다 높은 배당성향.. 삼성전자, 애플의 2배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13조1243억원을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한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정규 현금 배당을 연간 9조8000억원으로 상향하고, 여력이 있으면 추가 특별 배당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파격적인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9년 44.7%로 미국 애플(24.5%)의 두 배 수준이다. 세계 최고 IT(정보 기술) 기업인 애플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배당성향이 30%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재계에선 “배당을 늘리면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친 배당이 투자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배당성향 애플의 2배
미국 기업의 배당성향을 추월한 국내 10대 기업의 배당성향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2020년도 배당을 발표한 124사의 현금 배당 총액은 30조2434억원으로 전년 대비 58.9% 증가했다. 2020년도 배당은 다음 달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최종 의결된다.
배당 확대의 배경에는 주요 대기업 오너 경영인들의 지배권이 취약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를 분할해 나스닥에 상장하거나 배당을 파격적으로 높이라'는 요구를 외국 투자자로부터 집요하게 받고 있다. 실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2016년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라고 요구하면서 정기 배당과는 별도로 30조원 규모의 특별 배당을 요구했다. 2012년 5.2%였던 삼성전자의 배당성향도 엘리엇 파동을 거치면서 2016년엔 17.8%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도 엘리엇이 2018년 4월 경영 개입을 선언하자,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2019년 주총에서 당기순이익의 70.7%를 현금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의 2018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62%나 감소했는데도 배당성향은 43.9%포인트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시행하고 있는 차등 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배당 확대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 정부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은 2018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배당 확대를 적극 요구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동안 배당을 충분히 실행하지 않았던 국내 기업들이 최근 배당을 확대하면서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배당은 기업별 사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 가치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
10대 기업의 배당은 늘고 있지만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고용 창출과도 밀접하게 연계된 지표로 설비투자가 늘어날수록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10대 기업의 설비투자는 2012년엔 전년 대비 14.7% 증가했지만 2019년에는 9.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규제와 함께 배당 확대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2019년 618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매년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만 상당수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1996년 충남 아산공장을 지은 이후 국내에 새로 건설한 공장이 없고 다른 대기업들도 대부분 신설 공장은 해외에 짓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들도 대기업과 함께 속속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제조업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2019년 중소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47.8%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배당은 급증하고 투자는 위축되는 현상은 기업 경쟁력 훼손은 물론 장기적으로 제조업 공동화, 일자리 감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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