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때 아니라서.." 김명수, 탄핵 거짓말 해명하며 또 거짓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최소 세 차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부 시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임 부장판사 탄핵 얘기가 본격화된 시기 등과 겹친다. 이로 인해 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이 여권과 수시로 교감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연거푸 거부해 민주당에 의한 ‘임성근 탄핵’을 가능케 한 것 아니냐는 ‘탄핵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①1차 거부=與 총선 압승 직후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임 부장판사는 작년 4월 말쯤 “몸이 아파 법관 일을 할 수 없다”며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김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여당이 압승한 4·15 총선 직후였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은 김 차장을 통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며 “면담은 임 부장이 수술을 받고 나서 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②2차 거부=인권법 출신 與 의원들 “탄핵해야”
2차 거부는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을 직접 만난 작년 5월 22일 있었다. 사표는 이미 한 달 전 제출돼 있었고, 이 자리에선 사의만 재차 밝히는 자리였다. 김 대법원장은 이때도 “지금 (여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며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
당시는 국회 원(院) 구성도 되지 않은 시기였다. 여당이 당 차원에서 ‘판사 탄핵’을 밀어붙이던 때는 아니었다. 총선 압승으로 기세등등하던 여당 안에서 탄핵을 강하게 주장하던 사람들은 판사 출신 초선인 이탄희·이수진 의원이었다. 둘은 김 대법원장이 설립한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회원 출신이다. 둘은 작년 4월 말부터 5월, 다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법 농단 판사를 탄핵하지 않는 건 국회의 책임 방기”라고 했다.
③3차 거부=與 ‘법원 불만’ 노골적 표시
임 부장판사는 작년 12월 14일 또다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정기 인사 때 나가고 싶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2월 초 예정된 정기 인사에 맞춰 물러나면 후임자 인사를 할 수 있어 인사의 걸림돌이 되는 걸 피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김 차장은 그에게 “대법원장의 뜻”이라며 “정기 인사가 아니라 내년 2월 28일에 임기 만료로 나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는 법원에 대한 민주당의 불만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법원은 작년 11월 6일 지난 대선에서 대규모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 12월 1일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직무정지’ 처분 효력을 중단시키고 윤 총장을 직무에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 사표 수리를 세 번째 거부하고 9일 뒤인 작년 12월 23일,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임성근을 탄핵하겠다”며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후 올 1월 27일과 28일 민주당 의총에서 이 의원은 ‘임성근 탄핵 소추 방안’을 설명했고 당 지도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지난 4일 임 부장판사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④거짓말 해명하며 또 거짓말
김 대법원장은 작년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면담에서 ‘탄핵’ 발언을 했다는 지난 3일 자 본지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런데 4일 당시 면담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김 대법원장은 4일 해명 자료를 내고 “기억을 되짚어 보니, 면담 과정에서 ‘정기 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녹음 자료처럼 (탄핵 발언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야당에 보낸 답변서에서도 똑같이 해명했다. 그러나 그가 ‘정기 인사 때 사직하겠다’는 임 부장판사의 요청마저 거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탄핵 발언’ 거짓말에 이어, 이 거짓말을 언론과 야당에 해명하면서 또 거짓말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임 부장판사는 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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