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9년간 1억 지원".. 野까지 선심경쟁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야 후보들 간 선심성 공약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에서 결혼하고 출산하면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게 하겠다”고 하면서 여야 양측의 공격을 받았다. 그간 주로 여권 후보들이 ‘포퓰리즘’ 논란 속에 이런 공약을 내세워왔지만, 선심 경쟁이 야권 후보에게도 확산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부동산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역세권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평당 1000만원 수준의 토지임대부주택을 매년 1만호씩 공급하겠다”며 “여기에 입주하게 되는 연소득 7000만원 미만인 39세 미만 청년, 혼인 기간 7년 이내 신혼부부,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 등에 각각 연 3% 대출 이자를 3년간 지원하겠다”고 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고 토지는 일정 기간 빌려주는 개념의 주택이다. 나 전 의원은 토지임대부주택 입주자를 대상으로 “서울에서 결혼하면 4500만원, 여기에 애를 낳으면 추가 4500만원 등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하고 출산까지 하면 총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했다. 나 전 의원에 따르면, 이자 지원 대상이 되는 대출 상한액은 청년 3억원,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 각 5억원으로 이에 대한 3년간 최대 이자 지원 규모를 합산하면 청년 2700만원, 신혼부부와 출산 가구는 각 4500만원이 된다는 계산이다. 토지임대부주택에 입주하게 된 개인이 청년, 신혼부부, 출산 가구로서 지원금 혜택을 3년씩 9년간 모두 받게 된다면 최대 1억1700만원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오신환 전 의원이 비판했다. 오 전 의원은 “저출산 대책도 좋지만 현실성 있는 주장을 해야 한다”며 “나경원인가 나경영인가”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을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에 비유한 것이다. 허 대표는 지난달 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결혼하면 결혼 수당 1억원, 주택 자금 2억원을 무이자 지원하는 결혼 공영제를 실시하겠다”고 했었다. 여당도 나 전 의원 비판에 합세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공개 반박에 나섰다. “현금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이자에 대한 지원이며 이를 위해 1년 3600억원이 소요되는데 서울시 전체 예산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게다가 특수한 경우에만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결혼이나 출산을 하면 마치 현금을 바로 지원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는 것이다. 오 전 의원을 겨냥해 “공격을 위한 공격에만 매몰돼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살펴보지 않고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치 공세로는 게임이 바뀌지 않는다”며 “품격과 원팀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되며 지적은 좋지만 조롱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선 여당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은 최근 서울시장이 된다면 ‘반값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무주택자에게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국유지 등에 아파트를 지어 평당 1000만원의 공공 분양 주택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5년 안에 30만호를 건설해 서울 주택난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기금 1조원을 마련, 이들에게 2000만원까지 무이자로 임차료를 대출해주는 정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도 “서울시장이 되면 제일 먼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100만원 긴급지원금 지원 및 보험 제도 정비 등 모든 대책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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