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1000원 여객선 시대' 활짝 열렸다

정승호 기자 2021. 2.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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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주민에게 거리 관계 없이 적용
결손액은 국가-지자체서 지원
완도군 등 전남 시·군으로 확대도
서 주민 교통편의-만족도 높여
전남 영광군은 지난해 6월부터 안마도 송이도 낙월도 등 항로 3곳에서 ‘1000원 여객선’을 도입해 섬 주민 탑승객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영광군 제공
“교통비 부담을 더니 육지 나들이가 한결 편해졌어요.”

전남 완도군 소안면 횡간도 주민 장필식 씨(65)는 7일 “사람뿐 아니라 차량도 할인해주니 읍내까지 금세 갈 수 있다. 배를 탈 때마다 섬 주민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횡간도에는 70여 가구 120여 명이 산다.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섬 밖으로 나가려면 노화도와 해남군 땅끝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야 한다.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해남군 땅끝을 오가는 여객선 운임이 2000원이었는데 1월부터 1000원만 내고 탄다. 완도군이 지난해 ‘1000원 요금제 운영 조례’를 만들어 섬 주민 운임을 1000원으로 낮춘 덕분이다.

●1000원 여객선 시대

전남에서 ‘1000원 여객선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1000원 여객선이란 섬 주민 탑승자에게서는 거리와 관계없이 운임을 1000원만 받고, 선사의 결손액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제도다. 100원 택시, 1000원 버스처럼 교통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사는 주민에게 보편적인 교통복지를 보장하자는 뜻으로 도입됐다.

완도군이 올해부터 시행하는 1000원 요금제는 읍면 소재지가 있는 도서를 제외한 8개 읍면 25개 부속도서 주민이 적용 대상이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1000원 요금제로 도서 주민의 교통 편의와 정주 의욕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지난해 6월부터 여객선 운임을 1000원으로 일괄 적용하고 있다. 이전 운임은 향화도∼낙월도 3300원, 향화도∼송이도 4800원, 계마항∼안마도 5000원 등이었다. 낙월도, 송이도, 안마도 이용객 수는 연간 1만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고흥군은 2019년 1월 1000원 여객선을 도입했다. 득량도∼녹동항, 시산도∼금산면 오천항, 연홍도∼금산면 신양항, 화도∼녹동항, 애도∼봉래면 죽정항, 죽도∼도하면 지죽도 등에서 1000원만 내면 된다. 이들 섬은 여객선을 타고 20∼40분에 닿는 거리다.

신안군도 2019년 8월 공영 여객선을 활용해 항로 2곳에 1000원 여객선을 투입했다. 증도 우전항∼자은도 고교항 항로에 수익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영 여객선을 투입해 운임을 1000원으로 낮췄다. 하의도 당두항∼도초도 시목항 항로의 운임도 1000원만 받고 있다.

● 섬 주민 운임 운송비 지원

1000원 여객선은 거리가 가까운 편도 운임 8340원(정부 생활구간 운임 기준) 이하 구간에만 적용된다. 목포권 완도권 여수권 등 7개 시군 122개 섬을 오가는 53개 항로 948개 구간 도서민 승객이 대상이다. 948개 구간 가운데 현재 468개 구간(49.4%)에서 1000원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다.

전남도는 여객선 운임이 1000원 이상, 5000원 미만인 480개 구간에 내년까지 1000원 여객선을 도입할 방침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은 7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영진 전남도 연안해운팀장은 “연간 187만 명이 도서지역 생활구간에서 할인 혜택을 보고 있다”며 “추가 국비를 확보하면 전남 모든 생활구간에 한해서 1000원 운임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올해 섬 주민들을 위해 여객·차량 운임, 생필품 물류비, 생활 연료 운송비 등 모두 154억 원을 지원한다. 지난해보다 17억 원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100억 원은 섬 주민 여객선 운임 지원 사업에 쓰인다. 주민이 여객선에 탑승할 때 운임의 50∼88%를 지원한다. 운임이 8340원 이상이면 요금에 따라 5000원, 6000원, 7000원씩 섬 주민이 부담한다.

섬 주민이 여객선에 차량을 싣고 갈 경우 1000cc 미만 승용차와 5t 미만 화물차는 선적운임의 50%를, 1600cc 미만은 30%, 2500cc 미만 승용차와 15인 이하 승합차는 2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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