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냐 미국이냐.. 미국이면 오스틴이냐 다른 곳이냐

박건형 기자 2021. 2.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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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증설, 최후의 고민
삼성전자는 미국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투자 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주 정부와 협상이 여의치 않은 데다, 인력 확보와 반도체 수요 예측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조원 규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 증설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5G(5세대) 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증설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입지와 투자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는 이미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는 등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이 유력한 증설 후보지로 꼽히지만, 현지 각 주(州)정부와 협상이 여의치 않은 데다, 인력 확보와 반도체 수요 예측 등 변수가 많아 섣불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IT 업계에서는 지금 투자 결정을 내려도 2~3년 뒤에야 양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를 더 늦출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모두 파운드리 수요에 비해 생산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TSMC가 미국 투자를 단행한 상황이라 삼성도 상반기 중에는 라인 증설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속도 내야 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은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다. 글로벌 IT, 전기차 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미세공정 기술을 갖춘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TSMC 두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TSMC가 미국 투자를 발표하며 선수를 치자, 삼성전자도 곧바로 라인 증설 투자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17%)에서 TSMC(54%)에 크게 뒤처져 있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증설을 담당할 기술진이 삼성전자 미국 공장 후보지를 다니며 실사 작업을 진행하며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파운드리 증설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약 170억달러(약 19조1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할 경우, 20년간 8억550만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달라고 지방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오스틴시는 10년간 6억5000만달러(약 7200억원)의 세제 혜택을 제안해 양측 입장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1998년부터 운영 중인 오스틴 공장이 생산 면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춰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은 삼성전자가 현재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추가 부지와 도로까지 정비돼 있어 부지 구입부터 시작해야 하는 다른 지역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삼성은 오스틴 외에도 뉴욕주 버팔로, 애리조나주 등 다른 지역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인력 확보·수주 예측 어려움에 고심

삼성전자가 쉽게 파운드리 증설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장은 불순물이 거의 없는 물을 사용해야 하고, 대규모 청정 공간(클린룸)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건설 및 운용 인력 상당수를 현지에서 확보해야 한다. 또 반도체 라인 1곳에는 최소 1000명 이상의 숙련된 생산 인력이 필요하지만 미국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데다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20조원 가까이 투자해 미국에 공장을 지은 뒤 파운드리 수주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TSMC보다 첨단 공정의 제품을 더 많이 수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인텔·애플·퀄컴 같은 미국 테크 기업들의 제품을 대량으로 수주하지 못하면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평택·화성 등 국내 라인을 증설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에 부지가 남아 있고, 오래된 기흥이나 화성 라인을 첨단 파운드리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다만 해외 핵심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해외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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