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공공주도 개발'로 재산권 침해 우려.. 정부는 "문제 없다"

김호경 기자 2021. 2.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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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공급대책' 발표일 이후 거래된 주택이 공공개발지역에 포함되면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박탈키로 하면서 서울 전역에 입주권 없는 '물딱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7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공공주도 개발의 현금 청산 기준일을 대책 발표일로 정한 것이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2·4공급대책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신설하면서 투기를 막기 위해 현금 청산 기준일을 대책 발표일인 4일로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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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대책 이후 주택 매수자에게는 개발지 입주권 안줘 '물딱지' 주의보
거래 위축되고 신축은 더 오를 수도
국토부 "현금 청산, 정당한 보상.. 거래 많은 지역은 대상서 제외"
정부가 ‘2·4공급대책’ 발표일 이후 거래된 주택이 공공개발지역에 포함되면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박탈키로 하면서 서울 전역에 입주권 없는 ‘물딱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당장 개발 계획이 없더라도 나중에 공공주도 개발 대상지가 되면 꼼짝없이 시세보다 싸게 팔고 이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대책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재산권 침해 논란 초래한 투기 대책

“전 국민을 잠재적 ‘현금 청산’ 대상자로 만들었다.”

7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정부가 공공주도 개발의 현금 청산 기준일을 대책 발표일로 정한 것이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금 청산은 시세보다 저렴한 감정평가액이 기준이라 손해라는 인식이 크다.

일반 정비사업은 정비 예정구역 지정일이 현금 청산 기준일이다. 정부는 2·4공급대책에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신설하면서 투기를 막기 위해 현금 청산 기준일을 대책 발표일인 4일로 못 박았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공공주도 개발이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매수자들은 서울 신축 아파트나 민간 개발이 확정된 곳을 제외하면 집을 못 사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금 청산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매수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기존 집주인이 집을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어디서 사업이 진행될지 모르는데 누가 집을 사고팔 수 있겠냐”고 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이런 불만을 담은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지만 구역 특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산권을 먼저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반 정비사업과 현금 청산 기준일이 다르다는 점도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신축 아파트 호가 오르는 ‘풍선효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법적 논란에 대해 “현금 청산이 법적으로 정당한 보상이라 입주권을 주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소유주 3분의 2 동의를 거치고, 동의 요건을 채워도 최근 ‘손바뀜’이 많이 일어난 곳은 사업 대상 지역에서 제외할 방침”이라며 “4일 이후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사람이 선의의 피해를 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현금 청산 리스크가 없는 신축 아파트의 호가가 오르는 ‘풍선효과’도 감지되고 있다. 2017년 준공된 서울 강동구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면적 84m² 호가는 16억 원대 중반에서 17억 원이었는데 대책 이후 17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강동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거래가 이뤄진 건 아니지만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호가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서울 도심에서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이번에는 한번 믿고 기다려봐 달라”고 했다. 민간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강남권 재건축도) 확실히 이번에 발표한 방식이 이익”이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 면제 등 혜택이 많기 때문에 여러 단지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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