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판매 은행·증권 20곳 중징계 방침.. CEO 줄낙마하나

최형석 기자 2021. 2.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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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회장·신한은행장 등 징계 확정땐 연임도 재취업도 못해
"감독기관 잘못은 없나" 반발.. 금감원 노조, 윤석헌 원장 책임론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부실 판매의 책임을 물어서 주요 은행과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을 싹쓸이하듯 퇴진시키려는 모양새입니다. 쿠데타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이러다가 은행과 증권업계 전체가 쑥대밭이 될 판입니다.”

금감원이 라임펀드 부실 판매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한 3일, 해당 금융사뿐 아니라 은행과 증권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징계 수준이 과도하다” “감독 책임을 진 금감원은 아무 잘못 없나” 같은 불만이 금융계에서 터져나왔다.

금감원은 손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 진 행장에게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조치들로 최종 확정되려면 오는 25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통보했다. 금감원은 또 5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에게 ‘주의적 경고 상당’을 의결했다. ‘상당’은 징계 당시 직책에서 현재 물러나 있을 경우 부과하는 조치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과 진 행장은 연임할 수 없다. 금융권 재취업도 3~5년 금지된다. 조 회장도 중징계는 아니지만, 채용비리 연루 혐의로 작년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다음 달 2심 공판을 앞둔 상태여서 금감원 징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 업권별 70% 이상이 징계 대상, 쑥대밭 되나

문제는 라임 사태에 대한 금감원 징계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 20곳 가운데 7곳의 CEO들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남은 13곳 CEO들도 불안한 마음으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 금융계 임원은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판매사 대표들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중징계 방침이 전해지자 해당 금융사 임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최고 수장들이 중징계를 맞으니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며 “징계 대상 회사들이 금융권 내 대표적인 회사들이라 전체 금융권에 미칠 파급력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펀드를 판매해 징계 대상인 은행은 8개, 증권사는 12개다. 이들이 우리나라 금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라임 판매 은행 8곳의 당기순이익은 7조9300억원으로 은행 19곳의 총순익(10조3000억원)에서 77%를 차지했다. 라임 판매 증권사 12곳의 순익이 전체 57개 증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었다.

일각에선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보증 지원 등으로 277조원을 은행들이 지원했는데 돌아오는 건 매밖에 없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 “금감원장이 책임져야”

징계 대상 금융사들의 반발이 큰 것은 금감원이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금융회사들에 떠넘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 사태에서 금감원의 감독 구멍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났다. DLF(파생결합펀드)가 마구 팔리는데 수수방관했고, 라임펀드도 늑장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 금감원에서 청와대로 파견 간 김모 전 팀장은 동향 친구인 라임펀드 전주(錢主)에게 뇌물을 받고 검사 정보를 흘렸다. 윤모 전 금감원 국장은 옵티머스펀드 대표에게 하나은행 임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을 챙겼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사모펀드 감독 부실 등 책임을 물어 지난달 금감원에 대해 고위직급 비율 감축 등 구조 조정 요구를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노조는 지난 1일 성명서에서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최고경영자에게 묻고 있는데, 기재부는 사모펀드 부실 대응 책임을 금감원 전체 직원에게 묻고 있으니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라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감독 부실의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금감원의 중징계에 대해 금융사 CEO들은 법적 대응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작년 DLF(파생결합펀드) 부실 판매로 중징계를 맞은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본안 소송 이전의 가처분 소송에선 법원이 금감원의 ‘월권’을 지적하며 손 회장 손을 들어줬다. 한 은행 임원은 “윤 원장은 오는 5월 임기 종료 후 퇴임하면 끝이지만 금융사들에겐 금감원과의 부담스런 소송전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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