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판때마다 증인들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 했는데..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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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세와 자질의 심각한 함량미달이라고 봅니다. 취임 당시에는 기대도 컸는데 지금 보니 정권과 코드가 맞아 발탁된 분일 뿐 그릇은 영 아닌 것 같습니다."
현직 판사들의 전용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판사의 글이 올라오자 한 판사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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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사들 게시판에 “대법원장 사퇴를” 잇단 요구
김명수 거취 놓고 법원 내부 혼란 전직 변협회장 6명도 8일 성명
현직 판사들이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 국회에 거짓 해명을 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6일 판사들의 전용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는 “대법원장님 사퇴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을 쓴 판사는 “법원을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이고 계시네요.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글이 게시된 후 하루 만인 7일까지 800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 40∼50개가 달렸다. 한 판사는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세와 자질이 심각한 함량 미달이라고 본다”고 했다. 익명 게시판의 사퇴 요구가 실명으로 글을 게재하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 등으로 이어진다면 법원 내부가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 하창우 신영무 정재헌 함정호 박승서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6명은 8일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
최근 단행된 고위 법관 인사를 앞둔 지난달 중순 법원장 승진 인사가 유력했던 A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법원행정처가 “김 대법원장이 부담스러워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뜻을 전달받은 A 부장판사는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늦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A 부장판사는 검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고, 법원의 자체 징계도 받지 않았다. 법원 내부에선 “김 대법원장의 인사재량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유원모 기자
현직 판사들의 전용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판사의 글이 올라오자 한 판사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현직 판사는 6일 익명 게시판에 ‘대법원장님 사퇴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법원을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이고 계시네요.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글은 7일 오후 10시 기준 조회수 800여 회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의 법관 탄핵 관련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던 해명이 4일 녹취록 공개 뒤 거짓말로 밝혀진 후 김 대법원장에 대한 현직 판사들의 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증인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판사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사실에 허무하다는 판사도 있었다. 한 판사는 “형사재판 하면서 증인들에게 맨날 했던 말들이 기억난다. ‘기억이 없으면 없다고 해라. 괜히 거짓말하면 위증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맨날 남의 진실을 판단하느라 그랬는데, 허무하다”고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일선 판사들이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휘말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당시 익명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사퇴 요구 글은 얼마 뒤 실명 게시판으로 옮겨졌고, 결국 사법부의 진상 조사와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익명 게시판에는 김 대법원장에 대해 “이러다 정말 (판사들이) 실명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순간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겁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 “사퇴하면 ‘코드 대법원장’ 또 온다” 자조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두고서는 판사들의 내부 의견은 갈린다. 한 판사는 댓글에서 “사퇴하는 경우 현 정권에서 코드에 더 ‘찰떡’인 분을 임명할 수도 있지만 국민 앞에 대법원장이 이렇게까지 망신당할 일을 만든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라고 적었다. 다른 판사는 “사퇴도 못 할 것 같다. 정치권 눈치 보느라.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고 참담했다”고 했다.
김현 하창우 신영무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6명은 이르면 8일 “사법부 독립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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