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방패' 이성윤 결국 유임

양은경 기자 2021. 2.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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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 휴일 검찰 기습인사

법무부는 7일 올해 첫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이미 요직에 배치된 ‘추미애 라인’ 간부 대부분을 그 자리에 두면서 인사폭은 검사장 4자리에 그쳤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서울남부지검장에는 심재철 검찰국장이 맞교대했다. 공석이었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 검사장이, 춘천지검장에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이 순차적으로 이동했다.

법무부는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4명의 전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정기인사다. 이번 인사에 따라 심재철(27기)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정수(26기) 현 서울남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조종태(25기) 현 춘천지검장은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이동한다. 2021.2.7 연합뉴스

작년 1월에 임명돼 ‘정권에 부담되는 수사는 뭉개고 여권이 원하는 수사는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작년 8월 인사에 이어 두 번째 연임을 하게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대검 간부들도 그대로 유임됐다. 그런 와중에 월성 원전 수사를 지휘해 온 이두봉 대전지검장도 유임으로 결론났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박범계 장관 체제는 결국 ‘추미애 시즌 2’”라는 말과 함께 “이미 중용된 친정권 검찰 간부들에게 임기 종반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을 또다시 맡긴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한 법조인은 “윤석열 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심재철 검찰국장의 경우, 역풍을 초래해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을 줬지만 청와대는 남부지검장 발탁으로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했다. 후임 검찰국장으로 임명된 이정수 남부지검장도 작년 12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에 윤 총장 징계가 타당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었다.

지난주 박범계 법무장관은 윤 총장과 2차례 회동하는 등 인사 협의를 하는 모양새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검찰총장 패싱’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이날 낮 12시 18분쯤 기자단에 ‘오후 1시 30분 인사 발표’를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때까지 윤 총장은 인사 내용은 물론 이날 인사가 발표된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거짓말 대법원장’ 논란에 휘말린 김명수 대법원장이 최근 단행한 정기 법관 인사에 대해서도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적폐 판사’ 조사에 참여했거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이 노골적으로 요직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를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그대로 두고, 인권법 출신으로 ‘판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단에 참여했던 성지용 고법 부장판사를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임명한 것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尹징계 관여한 대검 간부들 전원 유임… 심재철은 지검장 ‘톱2’에

법무부가 7일 발표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선 검사장급 4자리에 대한 이동만 있었을 뿐, 추미애 전 장관이 기존에 짜놓았던 ‘친정부 성향 검사’ 중심 라인업이 그대로 유지됐다. 각종 사건 처리에서 내부 반발이 끊이지 않았거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청와대에 부담을 줬던 검찰·법무부 간부들에 대해 일부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지만 빗나갔다. 또한 대검에 포진해 있으면서 윤 총장 징계에 관여했던 대검 간부들도 그대로 유임됐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그들을 대체할 만한 ‘코드 검사’를 청와대가 찾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정권 수사 뭉갠 의혹, 이성윤 또 연임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보직 가운데 3개를 차례로 맡았다. 대검 반부패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2020년 1월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이 지검장은 이번에도 유임되면서 작년 8월 인사에 이어 두 번째 연임을 하게 됐다. 본인 역시 중앙지검장에 남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초 검찰 안팎에선 “휘하 검사들에 대한 권위와 통제력이 상실됐다는 평가를 받은 이 지검장을 그대로 두는 것에 청와대도 부담을 느낄 것”이란 말과 함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다.

작년 말 윤석열 총장 징계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이 전국 규모의 검란(檢亂)으로 번지면서 서울중앙지검의 차장·부장 전원이 이 지검장에게 ‘용퇴’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한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리, 청와대의 울산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기소, 나경원 전 의원 관련 의혹 수사 등 현안을 놓고 이 지검장 지휘에 수사팀이 반발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한 법조인은 “청와대가 이 지검장을 유임시킨 것은 결국 권력형 비리 수사를 뭉개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성윤·심재철, 수사 대상이 與 수사 지휘”

이성윤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부장 시절인 2019년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무산시켰다는 의혹으로 수원지검의 수사 선상에도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번 인사에선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서울남부지검장에 임명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도 작년 말 윤석열 총장 감찰·수사를 위해 대검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서울고검의 수사 대상이 돼 있다. 심 국장은 작년 말 윤 총장 징계 사유에 해당했던 ‘판사 문건’을 본인이 제보하고 증인으로 나선 데 이어 징계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1인 5역’을 맡아 징계를 주도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심 국장의 ‘판사 문건’이 징계의 출발점이었고, 징계 처분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법무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서 심 국장 등에 대한 청와대 불만이 강했던 걸로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심 국장은 전국 지검 가운데 중요도나 위상에서 2번째로 꼽히는 남부지검장에 임명됐다. 이전까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다음은 서울동부지검이 꼽혔다. 검찰 관계자는 “남부지검이 관할하는 국회와 여의도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동부지검을 제친 지 오래됐다”고 했다. 현재 남부지검에는 여권 인사들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 펀드 사건’, KBS의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녹취록 오보’ 같은 사건들이 있다.

◇박범계 고교 후배 이정수도 윤 징계 관여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박범계 장관이 중퇴했던 고등학교(남강고) 후배이기도 하다. 그 역시 작년 12월 윤 총장 징계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당시 법무부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자 심재철 지검장, 김관정 동부지검장 등과 함께 윤 총장 징계 사유에 찬성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 지검장이 진술서 제출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 징계위를 이틀 앞둔 작년 12월 8일 ‘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술 접대 의혹을 받았던 검사를 기소했다. 당시 라임 사건의 주범 김봉현씨는 윤 총장이 야당 인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당시 수사팀에선 “지금 기소하면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 지검장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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