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다가온 공매도..미리 대비해야 할 것은?

고준혁 2021. 2. 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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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연기 끝에 재개 결정.."포퓰리즘이 장기 금지 시켜" 비판도
"증시 조정 국면 거친다면 재개로 인한 하방 리스크 안 커"
대차잔고 크게 줄고 상승한 '건강관리' 업종은 주의해야
"대차잔고 늘고 이익 추정치 하향된 종목도 주의 필요"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공매도가 마침내 재개된다. 시장 자체가 받을 충격은 제한적일 걸로 전망되는 반면, 개별 종목이나 업종별로는 영향력이 판이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공매도 재개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는 주식을 먼저 정리하는 등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된다.

5월 3일 350개 종목 재개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재개를 결정했다. 지난해 한 차례 연장돼 오는 3월 15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이날 5월 3일로 약 두 달 더 재개 시점을 미뤘다. 재개 대상도 코스피200과 코스피150 지수 구성 종목으로 한정 지었다. 나머지 코스피 700여개, 코스닥 1300여개 종목의 재개 방법과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이는 국내 증시에서 날로 힘을 키우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을 고려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실제 당국은 공매도 재개 전까지 불법 공매도 관련 형사처벌이 가능케 하는 등 제도 전반을 손본다. 다만 이번 공매도 재연장 및 재개 시점을 두고 오는 4월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고려한 정치적 판단이 섞여 있단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경채 맥쿼리투자운용 한국주식 부문 최고 투자 책임자(CIO)는 “포퓰리즘이 공매도의 장기적인 금지를 촉발시켰다”며 “(규제 당국)이 여론에 흔들리고 있는 게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금지로 상승한 것 아닌 만큼, 재개 따른 충격 제한적

공매도 금지가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반대로 재개에 따른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과거 사례를 참고해보면 오롯이 공매도 금지 덕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국내 증시는 과거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공매도가 금지됐었는데, 2008년은 시행 종료까지 주가가 하락했고, 2011년은 주가가 상승했는데 이는 밸류에이션과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에 연동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내 증시가 공매도 재개 시점까지 가파르게 상승해 밸류에이션 부담을 겪고 있다면 심리적 측면에서 조정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현재까지 지수는 횡보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같은 조정이 진행된다면 공매도 재개에도 흔들리지 않을 걸로 예상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이후 증시 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해당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증시 과열 여부에 대한 판단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라며 “즉 이번 조정 국면을 거치며 과열 우려가 완화된다면 5월초 공매도 재개로 인한 하방 리스크는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350개 안 들어간 공매도 활발 종목은 ‘긍정적’

다만 종목, 업종별로는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 공매도 금지 전까지 대차잔고비중이 컸던 코스닥 바이오 업종의 경우, 금지 후 비중이 줄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재개 시 해당 측면에서의 상승분이 반납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현물 공매도 금지에 대한 풍선 효과는 선물의 매도 증가로 나타났는데, 이 수요는 다시 이전될 것으로도 보인다.

김민규 연구원은 “대차잔고 비중이 가장 높았던 건강관리 업종은 공매도 금지 이후 대차잔고 상환과 주가 상승이 나타났다”며 “건강관리 업종의 주가가 펀더멘탈보단 수급적 요인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공매도 재개 시 공매도가 다시 몰리며 수익률 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에 들지 않았지만 시가총액이 크고 공매도가 활발했던 종목은 역으로 공매도 공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투자심리에 긍정적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재개 시점에 가까워지면서 대차잔고 비중이 느는 종목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도 보인다. 주식을 미리 빌려 놓고 재개일 바로 공매도를 하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의 경우 지난 3월 이후 대차잔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으나 지난달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됐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물론 대차거래가 공매도 이외에 자금조달 등의 목적으로도 사용되는 만큼 반드시 해당 종목들이 공매도가 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이중 12개월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간 크게 하향 조정된 종목들은 공매도 리스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코스닥150 종목 가운데 이같은 기업은 RFHIC(218410)와 서진시스템(178320), 유진테크(084370), 에스엠(041510), 에스에프에이(056190), 위메이드(112040), 콜마비앤에이치(200130) 등으로 꼽힌다.

고준혁 (kota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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