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외국인 발길 '뚝'.. 관련 업계 고사위기

임성준 2021. 2. 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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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 입국제도 중단 1년
한한령에 코로나 사태까지 덮쳐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88% 급감
면세점·여행업 등 휴업 직격탄
카지노는 영업이익 64%나 감소
종사자들은 휴직·감봉 생계 위협
"관광업 전반 타격.. 지원책 절실"
한산한 모습의 제주 누웨마루 거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관광통역안내사 A(51·여)씨는 “제주에서 일본인 관광가이드를 하다가, 중국인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따서 일을 해왔지만,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콘텐츠 금지령)에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백수가 된 지 오래”라며 “관광통역안내사 직업 자체가 사라질 판”이라고 토로했다.

제주에서 한 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100만명을 모객했던 여행사 대표 B씨는 “1000명이 넘는 관광가이드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며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코로나 사태가 터져 더 이상 돌파구가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2월 4일 정부가 제주지역 무사증(노비자) 입국 제도를 중단한 지 1년이 됐다. 무사증 제도 중단 여파는 컸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제주 여행사·면세점·카지노 등 관련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예전의 모습은 더는 찾아보기 힘들다.

7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21만여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87.7 줄어들었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69.4 감소했다. 롯데·신라면세점 제주점은 지난해 6월 1일 고객 급감으로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가 10월부터 평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일부 매장의 영업을 재개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전체 1200여명 직원 가운데 150명 정도 출근하지만, 1월 현재 하루 평균 방문 고객 수가 10여명에 그치는 상황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적자운영이 불가피함에도 면세점 개점을 통해 직항노선의 복원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고용불안 해소 등을 기대했지만 4개월이 지나도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면세점에 대한 정부 지원책도 제주엔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3자 반송과 면세재고품 내수 판매 등도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무사증 입국제도의 재운영과 항공노선 활성화 없이 면세점 업계가 살아갈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외국인전용카지노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8개 카지노는 690억원(잠정)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2019년 1903억원에 비해 63.7 감소했다. 도내 8개 카지노가 올린 수익이 대략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도내 8개 카지노 연도별 영업이익은 2017년 1788억원에서 2018년 51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작년도 영업이익은 7분의 1 이하로 줄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제주~중국 직항 항공편이 끊겨 중국인 큰손이 오지 않으면서 매출이 급락했고, 게다가 해외입국자는 14일간 격리하도록 해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한 카지노 업계 고사 위기를 모면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4곳 카지노가 휴업 상태다. 도내 카지노 종사자는 1607명으로, 일부 업장에서는 직원들의 무급 휴직에 이어 임원들이 월급 감봉과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와 면세점 위기가 관광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상공인 특별 융자로 지원되는 제주관광진흥기금의 70% 이상이 도내 8개 카지노가 조달하고 있다. 도내 카지노들이 최근 3년간 납부한 관광진흥기금만 해도 740억원에 달한다. 카지노는 관광진흥기금을 내고, 면세점은 국세 일부가 지방으로 유입되지만, 이들로 인한 제주도 재원은 바싹 마르고 있다.

문성종 제주한라대 교수(국제관광호텔학)는 “정부가 외화 수입을 창출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사행산업이 아닌 관광산업으로 분리하고, 어려운 시기에 지원해 줄 제도를 만들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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