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해명만 사과한 김명수 돌파구는.. 대국민 사과? 시간 끌기?

이현주 2021. 2. 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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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한 야권과 보수단체의 사퇴 압박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의 지점은 사상 첫 법관 탄핵 심판 대상이 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의 표명 과정과 관련, 지난해 5월 면담 때 '정치권 눈치를 보며 탄핵을 거론했다는 것'과 지난 4일 당시 대화내용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호사도 "야당의 사퇴 요구보단 전국법관대표회의나 참여연대 등 진보 계열 시민단체 입장이 김 대법원장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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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사퇴·사과·쇄신안 마련 등 거론되지만
'임성근 탄핵' 헌재 판단 때까진 침묵 전망도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한 야권과 보수단체의 사퇴 압박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의 지점은 사상 첫 법관 탄핵 심판 대상이 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의 표명 과정과 관련, 지난해 5월 면담 때 ‘정치권 눈치를 보며 탄핵을 거론했다는 것’과 지난 4일 당시 대화내용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것이다. 하나하나가 중대해 보이는 만큼, “대법원장 자격이 없다”는 게 그를 향한 비난의 핵심이다.

문제는 사태 수습을 위한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리더십에 커다란 타격을 입은 만큼, 일각에선 자진 사퇴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김 대법원장의 최종 선택지가 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원 전체가 당분간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주말 동안 특별한 외부 일정이나 입장 표명 없이 공관에 머무른 채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임 부장판사와의 녹취록이 공개된 당일, 두 차례의 사과 표명을 마지막으로 별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 않다. 5일 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 때에도 ‘스스로 물러나 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앞으로 잘하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과 관련해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뉴스1

그러나 김 대법원장 사퇴 요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 앞에서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은 헌정사의 치욕”이라며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입구엔 김 대법원장을 비난하는 의미의 근조 화환이 50개 이상 놓였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자진사퇴’라는 카드를 택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는 게 법원 안팎의 평가다. 9개월 전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그 당시 ‘탄핵’을 언급한 건 사실로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대법원장이 거취까지 결단할 정도의 비위를 저지른 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의 위법한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피고인인 양승태 대법원장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는데, 이 정도 사안으로 사퇴까지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좀 더 구체적인 해명이나, 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대법원장 입장에선 ‘정면돌파’인 셈이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그런 방안은 거론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녹음파일 공개로 드러난 부분 외에, 임 부장판사가 주장하는 또 다른 의혹마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김 대법원장이 2017년 후보자 지명 당시 ‘국회 로비’를 부탁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는데,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2014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시절 서울구치소 교도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임 부장판사 탄핵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정면 대응을 피하며 관망에 나설 수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평소 김 대법원장 스타일대로라면 위기를 타개하기보단, 여론 향방부터 살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변호사도 “야당의 사퇴 요구보단 전국법관대표회의나 참여연대 등 진보 계열 시민단체 입장이 김 대법원장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사법개혁 관련 쇄신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개인 문제를 조직 문제로 돌리려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9일자로 법원행정처 차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수뇌부가 교체될 예정이라,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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