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 정부는 배당 제한..금융지주사 '주주 설득 어쩌나'
배당성향 6~7%P 줄어들 전망
4대 금융지주 주주들 반대 청원
"일방적 배당 제한..관치 중단"
[경향신문]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 속에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 배당금 비율)은 2019년보다 6~7%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배당을 축소하라는 금융당국 권고가 나온 데 따른 것으로, 주주 설득 문제를 놓고 금융지주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조8000억원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 대출 이자 이익이 늘고 증시 호황으로 비은행 부문 수수료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농협금융지주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만 지난해 순이익이 1조3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5649억원(30.2%) 감소했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오히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에 연말 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하기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충격이 장기화하는 상황을 가정한 ‘L’자형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심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 은행이 배당 규제 기준에 미달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금융지주들은 당국의 권고를 수용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어 2020년도 배당성향을 2019년보다 6%포인트 줄어든 20%로 의결했다. 주당 배당금은 1770원으로 2019년(2210원)보다 20% 줄였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 5일 이사회에서 2020년도 배당성향을 20%로 정하고 주당 배당금은 2019년 대비 16% 축소된 1350원(중간배당금 포함 1850원)으로 정했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일단 3월 초 이사회로 결정을 미뤘으나, 다른 금융지주들과 크게 다른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는 최근 여당의 이익공유제 추진 움직임과 포개지며 ‘관치 금융’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배당 제한은 금융당국의 일방적 행보”라면서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들은 은행이 투자로 돈을 벌었으니 당연히 주주 몫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왜 제한하느냐는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공감하지만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재무총괄 전무(CFO)는 지난 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배당 축소는) 이번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한다”면서 주주들의 이해를 호소했다.
금융당국은 ‘관치’라는 지적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관치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투명하고 명확하게 지침을 줬다”면서 “‘L자형’을 통과하면 20%를 넘어도 좋다고 했는데 이보다 명확한 지침이 어디 있나. 은행들은 이를 갖고 주주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스웨덴 등이 지난해 자국 금융사들에 배당 축소를 요청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지난해 배당 규모를 2019년 수준으로 억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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