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애플카 타나 못 타나
[경향신문]
“협상 잠정 중단” “파트너사 접촉”
외신 정반대 뉴스에 시장 혼란
물밑 협상 중 정보 흘리기 분석
일 등 6개사와 교섭 소식도 나와
관련 이슈에 현대차 주가 ‘출렁’
애플이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애플카) 관련 뉴스가 연초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물론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하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연초 한국 증시는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애플카’ 개발을 위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으로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외신에서 “애플과 현대차·기아의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향후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기아가 미 조지아주에서 애플카 생산을 위한 잠재적 파트너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정반대의 소식도 함께 전해지면서 시장은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다.
상반되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물밑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국내 증권가가 ‘지나치게 일찍 김칫국을 마셨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일(현지시간)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현대차·기아와의 논의를 최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철저한 ‘비밀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애플이 해당 논의가 외부로 새어 나간 데 대해 “화가 났을 것”이라면서, “양사 간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도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애플과 현대차그룹 간 논의가 진행된 것은 어느 정도 맞지만, 협의 내용이 유출된 것에 대해 애플이 경고를 보냈다는 뉘앙스다.
정반대의 보도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기아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애플카’ 조립 계획과 관련 있는 잠재적인 파트너(부품 공급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라는 구체적인 투자 논의 액수까지 보도했다. 앞서 경제전문 CNBC방송도 “조지아주의 기아 공장에서 애플 브랜드의 자율주행 전기차 제조를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애플 전문가’인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궈밍치(郭明錤) 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첫번째 애플카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일 “애플이 일본의 완성차 기업을 포함해 적어도 6개 회사와 교섭이 진행 중”이라며 “한국 업체로 결정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애플-현대차·기아 협력과 관련한 해외 시각은 엇갈리고 있지만, 애플이 세계 유수의 완성차 제조·부품사와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특정 회사와 집중적으로 협의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곳저곳에 문의하는 수준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기업들의 반응도 침묵을 지키거나 “검토 중”이라는 입장 표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8일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고, 기아도 지난달 20일 “다수의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당시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혀 8일 추가 공시가 예상되지만,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애플카’ 테마로 국내 증시는 한껏 부풀어 올랐다. 지난 연말 종가 대비 현대차그룹주는 코스피 상승률을 훌쩍 웃돌고 있다.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주가는 현대위아 83.74%, 기아차 62.66%, 현대모비스 37.96%, 현대차 29.95% 등 급등한 상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관련주들은) 실적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과 전기차 수요와 E-GMP 기대, 글로벌 기업(애플)과의 협업 기대 등에 밸류에이션이 회복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긍정적 요인들이 주가를 상승시켰다는 것이지만, 블룸버그발 ‘논의 중단’ 소식으로 인한 하락 리스크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까지 언급되는 등 이런저런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회사 내부자들이 오보라고 설명해도, 나중에 가보면 맞을 수도 있어 똑 부러지게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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