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신비 간직한 운석 연구..무한한 '우주 자원' 탐사의 시작 [흔들리는 지구? 아름다운 지구!]
[경향신문]
2014년 3월 진주시 일대에서 낙하 운석이 발견되자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라는 소문과 함께 전국적으로 ‘운석 찾기’ 열풍이 불었다. 운석이 대단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오해해 너도나도 운석 찾기에 나선 해프닝이었다. 실제로 희귀한 달·화성 운석은 꽤 비싸게 거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운석은 생각만큼 화폐적 가치가 크지 않다.
운석은 소행성 파편과 같은 자연우주물체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지상에 떨어진 암석이다. 99% 이상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극히 일부가 달, 화성 등의 행성에서 기원한다.
운석은 그 자체로의 가치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태양계와 지구의 나이는 모두 운석 연구로 밝혀졌다. 특히 지구의 기원과 형성 과정, 지각·맨틀·핵 분화 과정 등 많은 과학적 이론과 성취가 모두 운석 연구를 통해 이뤄졌다.
운석의 모체인 소행성은 태양계와 지구의 초기 역사에 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훌륭한 연구자산인 동시에 지구를 항상 위협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거대 소행성의 충돌은 급격한 지구환경 변화를 일으켜 번성했던 생물종이 멸종하고 새로운 종의 탄생과 번성을 반복시킨 중요한 지질 현상 중 하나였다. 2억년간 지구의 주인공으로 번성했던 공룡의 주요 멸종 원인도 약 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충돌한 거대 소행성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2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경남 합천에서 직경 약 7㎞의 운석충돌구를 발견했다. 연대 측정 결과 5만년 전, 약 200m 크기의 운석 충돌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발견은 과학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크지만, 이제 한국도 영화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의 공포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소행성은 무한한 자원의 보고로도 알려져 있다. 지구 금속자원의 대부분은 맨틀과 핵 분화 과정에서 핵에 농집(濃集)돼 있어 극히 일부만 활용되고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소행성은 지구와 같은 분화 과정을 겪지 않아 매우 높은 함량의 금속자원을 가지고 있다. 철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M형 소행성은 지구의 핵과 성분이 유사하면서도, 미분화 소행성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많은 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소행성을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우주광산은 아직 개념 정립 단계이지만 머지않아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2호가 소행성 ‘류구’의 시료를 성공적으로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다. 미국도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소행성 ‘베누’에서 토양과 자갈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운반 중이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소행성 탐사를 추진하는 이유는 태양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과학적 탐구와 더불어 미래자원으로서 소행성의 잠재력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행성 자원을 확보하는 탐사는 지구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현재 우주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는 우리의 우주개발정책으로는 다가올 행성 탐사 경쟁에 대비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주과학, 특히 행성지질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하늘이 내려준 귀한 보석으로 생각되던 운석, 그 운석의 신비가 담겨 있는 행성 탐사의 시작이 바로 21세기 우주개발 경쟁에서 한국이 주역으로 나설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승렬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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