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트럼프 없는 트럼프당'의 길로 가는 미 공화당

장은교 기자 2021. 2. 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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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음모론 지지 하원의원 처리 놓고 옛 모습 회귀
2022년 중간선거 앞두고 "트럼프 유권자들 필요해"

[경향신문]

미국 공화당은 결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단절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난달 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습격하자 공화당은 ‘트럼피즘’과 이별하고 미래를 위해 변화를 선택할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과 그의 신임을 받는 음모론 지지 하원의원 처리를 두고 공화당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났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공화당의 빠른 유턴

미국 상원이 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심사를 시작한다. 9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결과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공화당 의원 다수가 탄핵 반대를 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상원에서 탄핵절차의 적법성을 묻는 사실상의 ‘탄핵 모의투표’가 진행됐다. 그 결과 탄핵이 적법하다는 공화당 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17명이 공화당에서 이탈해야 통과되는 탄핵 심판은 사실상 ‘도착 즉시 사망’ 판정을 받았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유해한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공화당은 트럼프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폴 크루그먼은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공화당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운명의 고리에 갇혔다”며 “나조차도 공화당이 트럼피즘을 끝낼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탄핵절차 투표를 보고 그런 희망은 사라졌다”고 썼다.

지난 4일 음모론 집단 큐어넌 신봉자이자,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의 상임위원 자격을 박탈하는 투표에서도 공화당은 고작 11명만 찬성했다. 하루 전날,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리즈 체니 의원을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박탈할 것인지를 두고 실시된 투표에서 61명이나 찬성표를 던진 것과 비교됐다. CNN은 “4년 동안 트럼프의 거짓말과 음모, 혐오 어법을 바로잡기를 거부한 공화당이 또 한 번의 기회를 날렸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하원 의원총회 의장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은 5일 “링컨의 당은 사라졌다. 레이건의 당도 존 매케인의 당도 없다. 공화당은 마저리 테일리 그린의 당이 됐다”고 비판했다.

■ ‘트럼프의 힘’ 선택

공화당이 빠르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품고 가기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2022년 중간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는 대선에서 패했지만 46.8%를 득표했다. 의사당 폭동 이후에도 공화당원을 상대로 실시된 여론조사(CNN)에서 48%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의사당 폭동에 트럼프의 책임을 주장했던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트럼프의 리조트를 찾아가 함께 웃는 사진을 공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2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너선 바넷 아칸소 공화당 전국위원은 “우리는 분명히 트럼프와 트럼프의 의견, 트럼프의 유권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트럼프의 대선 조작 주장으로 미국 사회가 부담하게 된 비용은 약 5억1900만달러(약 5830억원)”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이런 사실에 눈감았다. CNN은 “가치와 권력 사이에서 공화당에선 늘 권력이 이겼다는 것이 트럼프 시대의 교훈”이라고 보도했다.

■ 트럼프 없는 트럼프 당?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폭스뉴스는 지난달 25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전임 대통령실’ 사무실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에는 극우성향의 소셜미디어인 갭(Gap)에 “민주당이 요청한 탄핵심판 출석은 홍보용에 불과하다. 출석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트위터 등에서 계정이 정지당한 후 첫 온라인 메시지다. 인사이더는 지난 4일 “트럼프가 탄핵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자신의 탄핵에 표를 던진 의원들을 대상으로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시 트럼프에 의존하는 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공화당의 벤 사세 상원의원은 지난 4일 “공화당이 보수주의와 광기 중에서 어떤 길을 택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 댄포스 전 상원의원은 인사이더 인터뷰에서 “당이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 같아졌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은 소수다. 공화당 지역위원회에서는 탄핵안에 찬성한 하원의원 10명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악시오스는 “미국은 블루 아메리카(민주당 지지세력)와 레드 아메리카(공화당 지지세력), 트럼프 아메리카(트럼프 지지세력)로 분열됐고 향후 몇 년간 트럼프 아메리카가 레드 아메리카를 얼마나 잠식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공화당을 ‘네버 트럼프(트럼프 반대)’와 ‘무늬만 공화당원(리노·공화당 소속이지만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려 비판받는 사람들)’, ‘트럼프 공화당(트럼프 지지자들)’으로 분류하고, “앞으로 공화당은 새로운 리노들과 트럼프 공화당원들 간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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