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이 쏘아올린 가상통화 폭등
머스크 SNS 사진이 발단
젊은층, 투자와 놀이 결합
[경향신문]
인터넷에서 재미 삼아 복제되는 유행인 ‘밈(meme)’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밈에서 시작된 가상통화 ‘도지코인’은 최근 가치가 10배가량 올랐고,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밈은 게임스톱의 주가 폭등을 견인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 투자자들이 투자와 놀이를 결합시켜 가치를 끌어올린 것으로, 단기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가상통화 시장 코인마켓캡에서 도지코인은 최고 6.3센트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30% 이상 상승한 수치다. 올 초 불과 0.4센트에 거래됐던 것에 비추면 한 달여 사이에 10배 이상 가치가 폭등했다.
2013년 시장에서 처음 거래된 이래 도지코인은 2018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1센트 이상의 가치로 거래된 적이 없었다. 도지코인 자체가 인터넷 밈 ‘도지’를 사용한 가상통화이기 때문이다. 도지(Doge·개를 뜻하는 영어 Dog를 잘못 쓴 것)란 영어를 잘 못하는 샐쭉한 표정의 시바견으로 2010년대부터인터넷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밈이다. 대놓고 만들어진 농담이다보니 도지코인을 진지한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는 사람은 없었다.
올 들어 도지코인의 가치가 상승하는 과정도 그 유래처럼 장난스러웠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패션잡지 ‘보그’ 표지를 모방해 개를 모델로 한 가짜 잡지 ‘도그(DOGUE)’의 이미지를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어 등은 “도지코인을 사라는 신호냐?”고 물으며 이를 집중매수해 하루 동안 도지코인 가치가 800% 이상 폭증했다. 지난 4일에도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모두의 암호화폐”라고 부르는가 하면 로켓이 달까지 치솟는 사진과 함께 도지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후 도지코인 가치는 100% 이상 상승했다.
게임스톱의 주가 급등에도 레딧 유저들이 만든 각종 밈이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는 게임스톱 급등세 국면에서도 “게임스통크(gamestonk·stonk는 주식을 뜻하는 stock을 오기한 밈)”라는 트윗을 올려 개인투자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최근 게임스톱처럼 짧은 시간에 큰 주가 변동성을 보여준 주식들을 ‘밈 주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유행주기가 짧은 인터넷 밈처럼 단기간에 폭등과 폭락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5일 가치가 폭락한 게임스톱 이외에도 올 들어 100% 이상 가치가 상승한 ‘밈 주식’이 16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 가치가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에릭 부디시 시카고 부스경영대 교수는 시카고 트리뷴에 “모두가 보유하고 있다면 가격은 올라가겠지만 누군가 팔기 시작하면 가격은 떨어진다. 모두 먼저 팔고 싶어할 뿐 아무도 마지막에 팔고 싶어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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