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3법 입법 추진 감안하면 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원 필요한지 의문"
[경향신문]
“코로나 진정 없을 땐 보편지원을 통한 소비진작 어려워”
여당 선거 승리 학습효과 지적…“효율성 측면 고려해야”
“절박한 자세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해야.”(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코로나19 이후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규모와 방식을 두고 확산되고 있는 당정 간 갈등 구도에 ‘재정의 역할’이 화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재정당국이 재정건전성에만 치중해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현시점에서는 ‘한정된 재원을 필요한 곳에 제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체적으로 전 국민 보편지원보다는 선별지원에 무게가 쏠린다. 코로나19로 업종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정부의 방역조치 강화로 피해가 가중된 대상을 선별해 ‘필요한 곳에 많이’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소득이 늘어난 계층까지 재원을 투입할 이유가 없고, 입법을 추진 중인 손실보상제가 ‘소급적용 불가’로 결론난 점도 4차 재난지원금의 선별지원에 무게를 싣고 있다.
■ 보편지원, 위로수당 수준
정부·여당은 조만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규모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7일 알려졌다. 본격적인 추경 논의는 이르면 다음달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급 규모는 선별·보편 동시 지원의 경우 20조~30조원,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등 고용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지원의 경우 6조~9조원이 각각 소요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등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 한 전 국민 보편지원을 통한 소비진작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경우 100만원을 지원받았을 때 실제 소비에 쓴 돈은 26만~36만원이라고 분석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국민 보편지원은 소비진작이나 생계지원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위로수당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는 “손실보상제 등 ‘상생연대 3법’ 입법화를 앞둔 상황에서 굳이 보편지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매출 손실의 50~70%를 보상해주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의 경우 소요 재원은 월 24조원, 4개월에 100조원이 든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경향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연간 복지예산이 약 20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재정적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 코로나 장기화 대비해야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비진작을 이유로 소득이 늘어난 계층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은 재정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당장 재정건전성을 크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보장성 기금 등을 뺀 정부의 실질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지난해 말까지 약 118조6000억원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의 6.1%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5년 64.96%로 2015년 40.78%와 비교해 24%포인트 넘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37개국 중 9번째 큰 증가폭으로, 절대적인 국가채무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증가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르다.
국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경제심리를 살려야 한다는 ‘착한 부채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우철 교수는 “이 같은 논리는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 근로의욕은 높은데 투자할 돈이 없을 때나 통용되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보편지원은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이어진다. 1차 재난지원금이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감안하면, 이번 보편지원 주장도 이러한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소영 교수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이번 4차 지원금 외에 올해 또다시 추경 논의가 있을 공산이 크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미 올해 코로나 상황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정부가 예산 편성 과정에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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