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제3지대 포함 새판짜기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방정식]
[경향신문]
안철수·금태섭 첫 실무협상
“내달 1일에 ‘단일 후보’ 발표”
김종인 “후보 못 내는 일 없다”
협상 앞두고 기선제압 발언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여야가 ‘후보 단일화’ 채비로 분주하다. 야권에서는 1단계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에서 단일화하고 이어 국민의힘과 2단계 단일화를 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뒤늦게 단일화 시동을 건 여권에서는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열린민주당·정의당 등을 아우르는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양쪽 모두에게 단일화는 승리의 필수조건이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 효과가 있을지 물음표가 찍힌다.
‘투트랙 경선’ 주도권 싸움·실무 이견에 삐걱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야권 후보 단일화는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분위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일화 주도권 싸움은 계속되고 있고, ‘제3지대’인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간 협상도 TV토론회를 두고 온도 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과 제3지대 단일화 경선 열차가 각각 출발 했지만 선로마다 장애물이 깔려 있는 형국이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제3지대 단일화’라는 총론에는 쉽게 합의했지만 각론에선 일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측은 7일 첫 단일화 실무협상을 시작하고, 경선 결과를 오는 3월1일 발표키로 했다. TV토론회는 최소 두차례 하기로 했고, 각각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 시정에 대한 평가’와 ‘정책 및 서울 미래 비전에 대한 제시’를 주제로 정했다. 양측은 8일 두번째 실무 협상을 하기로 했다.
속도가 붙는 모양새지만 TV토론회 횟수와 시기를 두고 입장 차도 드러났다. 금 전 의원 측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TV토론회를 하고, 횟수도 매주 3~4회 진행해 흥행을 유도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안 대표 측은 “준비 없는 TV토론회로는 유권자 마음도 얻을 수 없다”는 천천히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금 전 의원 측은 토론회를 통해 후발 주자로서 역전의 기회를 만들고, 경선 과정에서 존재감도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면 급할 것이 없는 1위 주자인 안 대표는 신중한 입장이다. 변수를 통제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단일화 신경전도 여전하다. 제3지대 단일화를 거쳐 2단계로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하기로 공언했음에도 김종인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한 공격을 계속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큰 당에 뿌리를 가진 당의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는 것이 상례였다”며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못 내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기선제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향한 불만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안 대표가 제안한 야권 전체 ‘원샷 경선’을 거부한 이유로 “(안 대표가) 스스로 불안정하니까 이 얘기 했다 저 얘기 했다 하는데 우리가 그런 얘기에 끌려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안 대표가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당선될 수 없기 때문에 입당할 수 없다’고 안 대표가 나에게 솔직히 얘기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지금은 누가 이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야권이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 간 신경전이 지속되면 피로감 누적으로 표심이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측의 깊어지는 감정의 골은 최종 단일화 과정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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