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수장 첫 통화서 '충돌'
[경향신문]
블링컨·양제츠, 대만·홍콩 문제 언급하며 서로 ‘경고’
양국 입장차 못 좁혀…쿼드 정상회의 등 악재만 가중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출범한 지 16일 만에 미·중 외교수장급이 첫 통화를 가졌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했다. 미국은 동맹과 협력해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중국은 미국을 향해 핵심 이익을 훼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중 충돌이 비등점까지 올라갔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물러나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지만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외교수장인 양제츠 정치국원 및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를 가졌다. 중국 매체들은 양 정치국원의 강경 발언들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양 정치국원은 통화에서 “현재 중·미관계는 고비”라면서 “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각자의 정치제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 홍콩, 신장(新疆), 시짱(西藏·티베트)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으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려 있다”면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3대 연합 공보는 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를 말한다.
양 정치국원은 또 “홍콩과 신장, 티베트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어떠한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반면 블링컨 국무장관은 홍콩과 신장, 티베트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블링컨 장관이 이날 통화에서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버마(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중국도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또 대만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지역 안정성을 위협하고 규칙에 근거한 국제사회 체계를 무시하는 중국에 책임을 묻고자 동맹 및 협력국과 협업하겠다고 했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를 사실상 모두 거론하면서, 대중 강경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부를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인권·지식재산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물리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깡패’로 지칭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직 통화를 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의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일본 교도통신은 “쿼드 첫 정상회의를 온라인으로 여는 방안이 조율되고 있다”며 “정상회의가 열리면 중국의 해양 진출을 염두에 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 등이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쿼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맹국 결속을 통한 대중 압박이 현실화될 수 있다. 쿼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중국이 이에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미·중관계 악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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