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에 임금체불 걱정까지..이대로 가면 코로나 4차 유행 못 견딥니다"

노도현 기자 2021. 2. 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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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농성 중인 코로나 전담병원 간호사 원은주씨

[경향신문]

원은주 속초의료원 간호사가 지난 6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 인력 확대와 형평성 있는 지원체계 마련 등을 촉구하며 ‘가상 사직서’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는 도무지 4차 유행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강원 속초의료원에서 일하는 원은주씨(43)는 21년차 간호사다. 지난 6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만난 원 간호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안정적인 재정과 인력 확보는 평상시 준비해둬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며 “유행이 잦아들었을 때 다음 유행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유행 시기에는 모든 자원을 쏟아붓다가도 확산세가 줄면 코로나19 병상 감축 이야기부터 나오는 게 현실이다.
 
보건의료노조 소속 코로나19 전담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2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원 확대와 중증도·질환군별 인력 기준, 형평성 있는 지원체계, 공공의료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원 간호사는 노조지부장으로 현장을 떠나 있지만, 지난해 11~12월 3차 대유행이 시작될 때 3주가량 비상 인력으로 투입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을 거칠 때마다 병상·인력 확보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은 언제나 병상과 인력 부족에 시달렸다. 원 간호사는 “확진자 소강상태가 왔을 때 각 병원의 시스템과 인력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환자를 배정해야 했지만 매번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속초의 한 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와상환자와 치매환자들이 ‘경증 환자’로 분류돼 속초의료원에 배정됐다. 당시 간호사들은 방호복을 입고 환자 처치부터 기저귀 교체와 식사 수발, 병실·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했다. 12월에는 간호사 2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확진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같은 달 임금 일부도 밀렸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은 일반 환자들의 진료 기피로 외래·입원환자가 줄어드는 등 손실이 크지만 정부 지원은 그에 못 미친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운영하며 떠안은 손실이 고스란히 노동자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남원의료원과 강진의료원에서도 임금체불이 있었다.
 
원 간호사는 “(임금체불은) 예상했던 일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공공병원 상황이 똑같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바뀌고 공공의료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여전히 인력은 부족하고 감염 걱정에 월급 걱정까지 하는 신세”라고 말했다.
 
지원체계의 형평성도 문제다. 파견 간호사가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보다 3배가량 높은 임금을 받는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한 전담병원 간호사의 월 수령액은 기본급과 야간근무수당 등을 합쳐 258만원인 데 반해 파견 간호사는 근무수당과 위험수당 등을 더해 총 7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공공병원을 그만두고 파견 간호사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 수당과 야간간호관리료를 대책으로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환자 병상 수당 대상이 제한적이고, 야간간호관리료는 의료진 수당이 아닌 병원 수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은 떠나는 신규 간호사들을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병원의 정규직 정원을 늘려 확실하게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며 “경영 문제를 따져서는 공공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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