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PC방·호프집 '방역불복' 개점시위
[경향신문]
손실보상기구 참여 등 요구
사흘간 심야 기자회견 시위
전해철 “손실 반드시 보상”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서모씨(33)는 7일 수도권의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 조치 연장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씨는 “정부가 지난주에 거리 두기 단계를 발표하면서 ‘일주일 후에 바뀔 수도 있다’고 하길래 기대했는데 결국 바뀐 것이 없어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서씨는 “평소 24시간 운영하던 PC방을 오후 9시까지만 운영을 하니 타격이 크다”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코로나19 발생 이후와 비교해도 영업시간에 제한이 없을 때보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서씨의 PC방 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도 “밤 12시까지는 영업할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어제 발표를 보고 맥이 풀렸다”며 “ ‘알바’도 못 쓰고, 월세도 못 내고 있다. 사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 조치가 일주일 더 연장되자 수도권의 자영업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PC방·코인노래방·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로 이루어진 코로나19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는 수도권의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 조치 연장에 반발해 개점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6일 수도권 식당·카페·PC방·실내체육시설·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오후 9시 이후 집합금지 조치를 설연휴가 끝나는 오는 14일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자영업자비대위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장 현실 반영 없는 수도권의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에 강력히 항의하며 7~9일 사흘 동안 개점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개점시위는 사흘 동안 수도권의 PC방, 코인노래방, 호프집 등에서 밤 12시에 심야 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된다. 7일 밤 12시에는 서울 강서구의 PC방, 8일 밤 12시에는 서울 서대문구의 코인노래방, 9일 밤 12시에는 서울 서초구의 호프집에서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정부정책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드는 기자회견을 연다.
자영업자비대위는 획일적인 영업시간 제한 폐지, 형평성 있는 방역기준 마련,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협의기구 참여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 비대위는 수차례 방역기준 조정 협의기구를 요청해왔지만 당국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무시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영업시간 제한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손실보상에 대해서는 “소급적용 없는 손실보상법은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어려우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가능하면 가능한 만큼 감추거나 속이지 말고 자영업자들을 참여시켜 손실보상과 관련한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해철 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영업금지와 영업제한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후 9시 이후 영업중단 조치는 다수가 식사나 음주를 하며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설 연휴로 인한 이동 증가와 확산 위험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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