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 대신 애도와 탄식이.. 미식축구 경기장서 열린 FBI 요원 추모식

정지섭 기자 2021. 2. 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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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범죄 수사하다 사망한 FBI요원 추모식 열려
전례없는 인명피해에 "작전판단미스였을 수도" 지적도

2월 첫번째 주말, 미국인들의 시선은 미식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축제 수퍼볼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타디움으로 쏠려 있다. 그런데 동시에 탬파에서 440㎞ 쯤떨어진 플로리다주의 다른 미식축구장에도 사람들이 집결했다. 어린이 성착취 범죄를 수사하다가 희생된 두 FBI요원들의 추모식이 마이애미의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것이다.

6일(현지 시각)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하드 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FBI요원 로라 슈워첸버거의 추모식에서 고인의 시신이 거수경례를 받으며 운동장 한가운데로 운구되고 있다. /FBI

지난 2일 플로리다주 선라이즈의 주택가에서 어린이성착취범죄 용의자에 대해 연방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던 중 용의자의 총기난사로 목숨을 잃은 로라 슈워첸버거(43)요원과 댄 알핀(36)요원이었다. 두 사람 모두 미성년자상대 성범죄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였다. 슈워첸버거는 사이버 성착취범죄를 막기 위해 일선 학교를 다니며 치안 교육을 도맡았다. 알핀은 마이애미 시장의 측근이 미성년자를 꾀어 성추행하고 음란사진을 보냈다는 권력형 성범죄 의혹을 파헤치고 있었다.

6일 로라 슈워첸버거 FBI의 관을 실은 차량이 추모식장이 열리는 하드록 스타디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순식간에 정예요원 2명을 잃자 지역사회는 충격과 애도 분위기에 빠졌고, 두 사람의 마지막길을 예우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인 미식축구장에서 마지막 예를 갖춰 보내기로 했다. 추모식이 열리는 하드 록 스타디움은 프로미식축구팀 마이애미 돌핀스의 홈 구장으로 최대 7만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추모식은 요원을 각자 애도하기 위해 이틀 일정으로 열린다. 6일(현지 시각)에는 슈워첸버거의 추모식이 엄수됐고, 다음날에는 알핀을 위한 행사가 열린다. 정복 차림 군·경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슈워첸버거의 관이 그라운드 한 가운데로 운구됐다.

지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UCLA) 캠퍼스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FBI 특수기동대(SWAT)가 현장에 도착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추모식은 코로나 대유행 상황임을 감안해 비공개 행사로 진행됐음에도 객석 곳곳은 검은 옷을 입은 동료 FBI·경찰들과 가족·친지들로 채워졌다. 추모 기간 동안 플로리다 주의사당 등 주요 관공서에는 조기가 게양된다. 한편 애도 분위기와 별개로 단 한 명의 용의자에게 FBI요원 두 명이 희생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작전상 오판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FBI요원 15명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한 명의 용의자의 총기난사에 요원 둘을 잃고, 3명이 중상을 입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근래 FBI 작전에서 이 같은 인명피해가 난 일은 전례가 없다. 플로리다 지역신문 선 센티널은 당연히 함께 출동했어야 할 경찰특공대(SWAT)가 현장에 없었다는 점을 패인으로 꼽았다. 용의자는 FBI의 현장 급습에 대비해 감시 카메라와 총기로 중무장했지만, 지역 경찰이나 보안관이라면 당연히 대동했을 SWAT 팀과의 협업이 FBI와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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