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신규 주식계좌 167만개, 증시로 40兆 머니무브?
“스마트폰으로 주식 좀 하게 도와주거라. 삼성전자 좀 사야겠다.” 직장인 양모(40)씨는 지난달 중순쯤 칠순을 넘긴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이런 부탁을 받았다. 스마트폰에 증권사 앱을 깔고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달라는 것이었다. 양씨는 “장인어른도 지난달 말 식사 자리에서 ‘계좌는 만들었으니 주변에서 좋은 투자 정보 들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하시더라”고 했다.
지난 1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계좌 수가 167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에 이 증권사들에서 개설된 신규 계좌(320만개)의 절반이 넘는 규모고, ‘동학 개미 운동'으로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 신규 계좌 875만개의 5분의 1 수준이다.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는 ‘머니 무브'는 얼마나 지속될까. 7일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율은 17.2%로 역대 최고치(18.8%·2011년 1분기)에 못 미친다. 이론적으로는 이 비율이 역대 최고치에 도달할 경우 40조원 가까운 자금이 국내 증시로 추가 유입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변덕이 심한 증시 특징을 감안하면, 증시로 몰렸던 돈이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도 있다.
◇증권사 계좌는 급증, 은행 예금은 감소
지난달 5대 증권사에서 만들어진 주식 계좌 167만개는 2019년 1월(14만개)과 2020년 1월(26만개)에 이 증권사들에서 만들어진 계좌를 합친 것보다 130만개 가까이 더 많다. 이 추세대로 계좌가 계속 늘어난다면 올해 1년 동안 2000만개가 넘는 계좌가 생겨날 수 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도 지난달 12일 74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지난 4일에는 66조원 정도로 줄었지만 여전히 지난해 같은 시기(29조500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도 대형주 투자를 하면 은행에 돈을 예금해두는 것만큼 안전하면서 수익도 많이 난다고 보고 돈을 많이 옮기는 추세”라고 했다.
반면 은행 예금은 지난달 한 달 동안 10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월 말 요구불예금은 637조8555억원으로 지난 한 달 동안 9조984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 방법’에 대한 조사에서 주식(직접 투자)이 2019년 2.8%에서 2020년 4.5%로 늘었다. 반면 예금(은행·저축은행·비은행 금융기관 예금)의 비율은 91.5%에서 지난해 89.5%로 2%포인트 줄었다.
◇증시로 40조 이상 더 몰릴 수도
우리나라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율은 아직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의 비율은 17.2%로 역대 최고치인 2011년 1분기의 18.8%보다 낮았다. 지난해 3분기 가계 금융자산 규모(4325조원)를 고려하면 1.6%포인트가 더 높아져 역대 최고치에 도달한다고 하면 69조2000억원가량이 추가 유입 가능한 것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와 올 들어 2월 5일까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 유입된 32조1000억원을 제외해도 37조1000억원가량이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 금융자산 중 주식 비율이 지난해 2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3%까지 오른다면 추가로 유입 가능한 자금 규모는 231조7000억원 정도가 된다.
반면 지난해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해 투자 경험이 짧은 사람들은 주가가 잠깐이라도 하락하기 시작하면 증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주식을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등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서 대체로 수익을 내지 못했는데, 이들 주가가 떨어질 때 투자자예탁금도 함께 줄어들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아직까지는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속에 주가가 오르지만 정부가 더 이상 내놓을 정책 카드가 없는 시점이 되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이럴 때 투자 경험이 짧은 투자자들이 증시에 계속 잔류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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