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소통·배려보다 견제에 방점".. 박범계, 첫 검찰 인사

이창훈 2021. 2. 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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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에서도 중용됐다.

박 장관의 취임 후 첫 검찰 인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핵심 인사들이 회전문 인사로 주요 보직을 독식하고 대검 내 친여 성향 간부들이 교체되지 않으면서 윤 총장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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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등 중용, 정권 비리 수사 차질 우려"
예정보다 앞당겨 휴일 전격 발표 이례적
국민의힘 "요직에 충성파.. 추미애 시즌2"
법무부는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4명의 전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정기인사다. 이번 인사에 따라 심재철(27기)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정수(26기) 현 서울남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조종태(25기) 현 춘천지검장은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이동한다. 연합뉴스
검찰 내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에서도 중용됐다. 검찰과의 소통·배려보다는 ‘견제’에 더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고 확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 지검장과 심 국장이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가 집중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을 맡으면서 권력형 비리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법무부는 7일 대검 검사장급 4명의 전보인사를 전격으로 발표했다. 당초 8∼9일로 예정된 인사를 휴일인 이날 앞당겨 발표한 것이다. 법무부는 “대검 기조부장 공석(직무대리 겸임) 체제를 해소하고 검찰 조직의 안정 속에 검찰개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체제 정비 차원에서 일부 대검 검사급 전보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최근 휴일에 인사를 발표한 전례가 없어 의아해했다.

특히 대검은 이날 법무부의 검사장급 인사 발표를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인지하고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검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두 번째 회동 이후 실무 부서 간 인사 논의는 추가로 진전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통을 강조한 박 장관이 검찰 인사를 놓고 의견 ‘청취’를 강조했을 뿐, 윤 총장과의 ‘협의’는 없었다는 것이 인사로 드러났다.

박 장관은 윤 총장이 교체 1순위로 꼽은 이 지검장을 유임시키고, 심 국장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사실상’ 영전시켰다. 검찰 ‘빅4’중 가장 중요한 자리로 알려진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된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박 후보자가 자퇴했던 서울 남강고등학교 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수 지검장은 지난해 전국의 일선 지검장들이 윤 총장 징계에 반대하는 성명을 낼 때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이성윤 지검장과 함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박 장관의 취임 후 첫 검찰 인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핵심 인사들이 회전문 인사로 주요 보직을 독식하고 대검 내 친여 성향 간부들이 교체되지 않으면서 윤 총장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특히 이 지검장의 유임과 심 국장의 남부지검장 부임으로 권력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계속해서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옵티머스 펀드 정·관계 로비 의혹 △채널A 사건에 연루된 여권 인사들의 명예훼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서울남부지검에서는 △라임 펀드 환매 중단사태 △박 장관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등이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지검장의 경우 수사팀의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의견을 반려하고 여권 관련 수사의 결재를 지연하는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인사를 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인사가 됐다”며 “중요 사건을 틀어막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 주요 요직에 정권 충성파를 앉힌 보위용 인사로 규정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정권 말기의 권력 수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도록 법무부 본부와 야전 사령부에 충성파 홍위병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바뀌어야 할 요직은 말뚝처럼 박아 놓았다”며 “어차피 내 맘대로 할 인사였다면 박 장관은 뭐 하러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척 거짓 연극을 했느냐. ‘추미애 2기’가 이렇게 시작된다”고 꼬집었다.

이창훈·이현미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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