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여론전'..윤정희 둘러싼 백건우-형제들 갈등, 왜?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원로배우 윤정희를 배우자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딸이 방치했다는 국민청원이 논란이다. 청원 작성자는 윤정희의 형제들로 보이지만, 백건우 측은 "거짓이자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윤정희의 후견인 자격을 두고 법정다툼까지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의 배경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OOO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O는)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파리 외곽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이 알츠하이머, 당뇨와 투병 중"이라며 "수십 년을 살아온 본인 집에는 한사코 아내를 피하는 남편이 기거하고 있어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썼다.
또 "근처에 딸이 살기는 하나 직업과 가정생활로 본인 생활이 바빠서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며 "직계가족인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된 채 O는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O의) 형제들이 딸에게 전화와 방문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감옥 속 죄수를 면회하듯이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다"며 "개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유린당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더욱이 "남편은 자신은 더 못하겠다며 형제들에게 아내의 병간호 치료를 떠맡기더니, 2019년 4월 갑자기 딸을 데리고 나타나 자고 있던 O를 강제로 깨워서 납치하다시피 끌고 갔다"고도 지적했다. 또 "형제자매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제대로 된 간병, 치료를 애원하고 대화를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배우 O는 1세대 '한국 여배우 트로이카'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대배우 윤정희로 전해졌다. 2019년 10월 남편 백건우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아내의 알츠하이머 투병과 함께 딸과 보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렸고, 청원인이 전한 정황도 윤정희의 상황으로 추정하기 어렵지 않아서다.
백건우 측 공연기획사인 빈체로는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빈체로는 청원 내용에 대해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 "백건우와 윤정희는 평생을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 윤정희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되며, 길게는 수십 시간에 다다르는 먼 여행길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 딸 백진희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건우 가족과 법원이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정희가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는 청원인 주장과 달리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획사는 "2019년 5월 1일 윤정희가 파리로 돌아가며 시작된 분쟁은 작년 11월 파리고등법원의 최종 판결과 함께 항소인의 패소로 마무리됐다"면서 "게시글에 언급된 (윤정희 형제들의)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이라고도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과 언론 보도 등에 비춰보면 프랑스에 머물던 윤정희는 2019년 1월 모친상을 위해 한국에 들어왔고,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당뇨와 알츠하이머로 인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해 4월 윤정희를 백건우와 딸이 다시 프랑스로 데려갔다.
그해 10월 백건우는 "한국에 들어와 머물 곳을 찾아봤다. 도저히 둘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너무 알려진 사람이라 머물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때 고맙게도 진희(딸)가 돌봐줄 수 있겠다 해서 옆집에 모든 것을 가져다 놓고 평안히 지낸다. 지금은 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해 5월부터 양측은 윤정희의 후견인 선정을 두고 프랑스에서 소송전을 벌였다. 백건우가 인터뷰에서 아내의 알츠하이머 사실을 알린 것도 소송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국 프랑스 법원은 1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백건우의 손을 들어줬다. 중앙일보가 인용한 프랑스 법원의 결정문은 "윤정희가 배우자 및 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안전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안락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배우자와 딸이 그녀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으며, 그녀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금전적 횡령이 의심된다는 주장은 서류를 살펴본 결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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